
북한 최대의 비철금속 생산기지인 검덕광업연합기업소 산하의 로은광산에서 최근 광부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산 측은 개인에게 사고의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작업환경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광부 7명이 12월 말 밤까지 갱에서 일하고 나오다 타고 있던 인끄라(삭도)에서 떨어지면서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며 “광부들의 시신이 산산조각이 나는 등 사고 현장은 정말 처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연·아연 매장량이 풍부한 로은광산은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광산이다. 3년 전 이곳 광산에 물이 차면서 채굴이 불가능하게 되자 북한 당국은 ‘1000일 전투’라는 이름으로 광산 복구 작업과 함께 생산을 다그치는 운동을 벌였다.
이 ‘1000일 전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바로 지난해 말이었기 때문에 당시 광부들은 계획을 수행하느라 쉴 새 없이 갱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결국 연말 늦은 밤에 사고가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광산 측이 시신을 수습하고 가족의 확인 과정을 거쳐 돌려줬는데 아직까지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느냐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광산 노동자들은 삭도를 타고 있던 광부들과 밖에서 삭도의 이동을 지휘하는 신호수 간에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낡은 줄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작업 환경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그러나 광산 측은 ‘노동자들은 다 죽었으니 해명할 수 없고, 신호수가 잘못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며 신호수 개인에게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가운데 이번 사고 소식을 접한 주변 지역 주민들은 노동자들과 같은 입장에서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고 한다. 광산 측과 당국이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일단 광산의 과중한 업무량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아침에 들어가서 밤 12시에 나올 정도로 휴식을 주지 않으니 둘 다 졸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막 부려 먹은 당국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부와 신호수가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설사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민들은 신호수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광산 측의 행태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호수가 아무 힘이 없는 가난한 집의 자식이라 무작정 그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로은광산은 광석 매장량이 풍부하고 질 또한 좋은 곳으로 알려져 북한 당국이 주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이곳을 매우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갱 안에서 한 발짝이라도 잘못 옮기면 깊은 곳에 빠질 수 있고, 물이 들어와 수풀땅이 돼버린 곳도 있어 여차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