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오는 12월 동기 훈련을 앞두고 국경경비대에게 시범 단위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식량의 자급자족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함경북도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경경비 27여단에서 소대장 이상급 구부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방식상학(모범을 따라 배우도록 하는 시범학습)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식량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으며, 참가한 지휘관들에게 시범 단위 구분대처럼 자급자족할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통상 북한 군(軍) 방식상학은 정치, 군사, 후방사업 분야에서 어느 한 군부대(중대, 대대)를 시범 또는 본보기로 꾸려놓고 따라 배우라는 식으로 진행된다.
과거엔 병실(兵室) 내‧외부 꾸리기나 동복 마련 등 실제 동기 훈련에 필수적인 부문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식량 자체 해결’이라는 조금 다른 식으로 전개된 셈이다.
북한에서 국경경비대는 북중 국경을 수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군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생필품과 식량, 간식 등을 우선 공급해왔다. 일반 보병 구분대와 비교해보면 공급체계가 괜찮은 편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미뤄볼 때 올해 방식상학을 식량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만큼 식량난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본지가 지난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경봉쇄 이후 양강도의 한 국경경비대(보안상 특정 불가)를 지속 추적한 결과 군인들의 하루 공급량(1인당 750g)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국경경비대 급식 4~8월 ‘0’… “국경봉쇄 후 정량 공급 지속 안돼”)
또한 시범 단위로 지정된 구분대도 당국에 의해 꾸며진 ‘가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리 선정된 지역에 여단 후방부가 달라붙어 병실 내‧외부를 꾸려주고 식량까지 공급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식량 공급 난항을 예상한 북한 당국이 ‘자력갱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황 타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식통은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사태로 군부대에서조차 식량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이동의 제한으로 부대 밖 5킬로(km)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식량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가을임에도 주민들뿐만 아니라 군부대들에 대한 식량 공급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은 실정으로 볼 때 이번 방식상학은 식량 공급 중단에 철저히 대비하라는 지시를 우회적인 방법으로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