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표 액면가보다 싸게 거래한 환전상들 ‘강력 단속’

무기형 또는 교화 15년형 관측…소식통 "정치범에 비견하는 수준의 처벌 받는다는 뜻”

북한 돈표(2021년 발행).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북한이 돈표 취급을 꺼리거나 가치를 절하해 부당 이득을 취한 주민들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국가 조치를 위반한 정치범으로 취급해 최고 무기형까지 구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9일부터 11일 사이 평양, 신의주(평안북도), 청진(함경북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돈표 유통을 방해한 혐의가 있는 환전상을 체포하고 구금했다.

이들은 모두 5000원권 돈표를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환전해 주고, 돈표를 이용해 수입품이나 휘발유, 경유 등 현물을 사서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환전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국가가 발행한 정식 화폐를 미제침략자들의 달러보다 낮은 가치로 취급하는데도 이를 비판 없이 수용했다’는 이유로 함께 체포했다고 한다.

앞서 본보는 당국이 돈표유통정상화를 위한 검열 구루빠(그룹)를 조직했으며 돈표와 관련된 불법 행위를 단속하고 주민들의 돈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북한, 주민들 ‘돈표’ 꺼리자 검열단까지 조직…인식 개선 꾀하기도)

현재 이 검열단이 시장을 돌며 돈표 관련 유통 상황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이한 점은 검열단의 단속으로 불법 행위가 발각됐을 때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안전부가 관련자를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직접 체포 및 연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수사 단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고 사회안전성 산하 안전부가 주로 수사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이번 돈표와 관련된 사건은 수사 단계부터 검찰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평양시 서성구역의 한 시장에서 돈표 5000원권을 2500원으로 교환해준 환전상이 체포됐을 당시에는 안전원에게 연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같은 혐의의 사건에 검찰소가 직접 나서 수사 단계부터 개입하고 있다.

이는 체포된 환전상들이 안전원들과 결탁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환전상들이 범법 행위를 저질러 체포가 되더라도 안전원에게 뇌물을 주고 감형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비위 사실을 알고 있는 북한 당국이 돈표 유통을 방해하는 환전상을 강력 처벌하기 위해 안전부가 아닌 검찰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앙검찰소까지 돈표 관련 사건에 직접 개입하고 있어 환전상들이 뇌물이나 인맥을 동원하더라도 감형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내부에선 이번에 시범 처벌 대상으로 구금된 환전상들이 무기형 또는 15년형을 선고받고 교화소에 수감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검찰소에 지역 인민위원회 간부들과 환전상 등 100여 명을 모아 놓고 공개 재판의 일종인 공개 투쟁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붙잡힌 환전상들이 무기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다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에 실제 재판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량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식통은 “15년 이상의 형을 받는다는 것은 정치범보다는 낮은 형량이지만 그에 비견하는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뜻”이라며 “국가가 돈표류통정상화를 위해 제대로 칼을 뽑아 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