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우표·김일성배지도 팔아

혹독한 겨울이 지나자 북한 신의주에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들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허리가 잘린 압록강 단교(斷橋)에서 건너다 본 신의주의 봄날 표정은 따스한 햇볕처럼 평온하기만 했다.

평온한 모습과는 달리 끊어진 다리 위의 전망대에는 미군 폭격기를 향해 쐈을 고사포와 폭탄이 전시돼 있어 방문객에게 이곳이 과거 치열한 격전의 현장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건너 편 강변에서 배를 고치는 수리공들의 힘찬 망치소리가 이쪽 중국땅에까지 닿을 정도로 북녘 땅은 곁에 있었다. 하지만 분단은 쉼없이 서해로 흐르는 강물 위에도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아직도 시릴 강에서 바지를 허벅지까지 걷어붙이고 첨벙첨벙 뛰어다니며 물고기를 잡는 북한 남정네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이 광경을 신기한 듯 지켜보던 남쪽 관광객들은 “그물에 잡힌 붕어가 어른 손바닥보다 굵다”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압록강 하구쪽에 자리잡은 중국 땅 월량도에서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5성급 관광호텔과 위락시설 등이 육중한 골조를 드러낸 채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압록강변 중국땅에는 이미 건너편의 신의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섰고 그 하류쪽과 상류쪽에는 현대식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런 모습은 특구로 부활할 것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아직까지 촌티를 벗지 못한 신의주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상춘객이 모인 선착장 부근에서는 젊은 중국인 여자 노점상이 기념품으로 김일성 배지와 북한 화폐, 북한 우표를 한국 화폐와 나란히 진열해놓고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북한돈은 1원권에서 5천원권까지 지폐 9종을 한데 모은 세트 1개가 우리 돈 2만원에 팔릴 정도로 이곳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남쪽에서 온 일부 관광객은 “금강산에 가면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북한돈을 사기도 했다.

만리장성의 시발점인 단둥시 부근 호산장성(虎山長城)의 망루에서 바라본 북녘 땅은 압록강을 따라 펼쳐진 들녘과 알몸을 드러낸 민둥산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영농철을 맞은 북쪽 농부의 바쁜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트레일러를 꽁무니에 매단 트랙터 한 대가 어딘가로 바삐 내달리고 있었다.

호산장성 뒷 쪽에는 폭이 채 1m도 안되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이 개천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이라는 교민의 설명이 우스갯 소리 처럼 들렸다.

여기에서 비포장 도로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허커우(河口).

남측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평안북도 삭주군과 손이 닿을 거리를 유지하며 검푸른 강물 위를 한가히 오가고 있었다.

강변 언덕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봄나물을 캐다 남측 관광객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는 북녘 아이의 모습에서 남북이 남남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단둥=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