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독재병 말기” 규정한 황장엽에 非전향?

故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장의 운구가 5일장을 마치고 14일 대전현충원에 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치됐다. 현충원을 찾은 탈북자들은 “북한민주화의 별이 졌다”고 탄식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故황 위원장에 전향 시비를 걸며 현충원 안장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전을 펴고 있다. 


황 위원장은 갖은 희생을 감수하고 남한에 망명한 이후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폭로하고 북한민주화 전략노선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또한 탈북자들에게 김정일 정권 이후 북한사회 재건 역할을 적극 주문해 이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높이 사 타계 이후에도 그를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대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황장엽 전 비서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분은 주체사상의 이론적 기초를 닦은 분이고 오늘날 북한의 현실에 대해 책임져야 할 분”이라고 현충원 안장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또한 이 분이 남한에 와서도 주체사상을 부정한 바가 없다. 그래서 만약 이 분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면 한국 정체성에 혼란을 제기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적절치 않다”고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좌파 논객인 진중권 씨도 최근 본인의 트위터에 “황장엽 현충원 안장? 김일성 유일사상을 만들고, 노동계급지배를 수령의 독재로 바꿔놓은 데어 혁혁한 공을 세우고, 전향도 안 한 분이 대한민국 현충원에 안장된다? 이 참에 현충원에 ‘혁명열사릉’을 하나 만들죠”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또 “황장엽은 전향한 적 없습니다. 그는 투철한 김일성주의자이며, 원본 주체사상가죠. 그저 김정일과 사이가 나빴을 뿐. 아무튼 보수우익이 김일성주의자, 주체사상가의 장례를 주관한다니, 귀한 일입니다. 톨레랑스의 모범이랄까요? 물론 그 이전에 코미디구요”라고 특유의 비아냥을 빼놓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간 대립과 갈등이 황장엽 씨 훈장 추서와 현충원 안장을 계기로 남남갈등으로 재생산되는 모습”이라면서 “황 선생의 죽음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애도하지만 현충원 안장 추진은 이성적 판단과 제대로 된 법적, 절차적 과정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감성에 의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해 황 위원장의 현충원 안장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의 황 위원장 비판은 실제 황 위원장의 북한 민주화 및 대북정책 입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정서적으로 괴리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황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햇볕정책을 ‘독재에 대한 지원행위’로 강하게 비판해왔다. 햇볕 노선을 절대 신념처럼 가지고 있는 민주당에 황 위원장의 존재는 껄끄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12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황장엽 전 비서는 김일성 독재 체제를 강하게 비난했으며, 미국에까지 가서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북한 주민들 인권문제를 언급했다”며 “이것을 전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뭘 전향이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남쪽에 있는 좌파, 주사파한테는 주체사상을 직접 만든 것으로 되어 있는 황장엽 전 비서가 주체사상이 김일성, 김정일 독재체제의 도구화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고 비난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거북스러웠을 것”이라며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좌파나 주사파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그는 수많은 공개적인 강연에서 북한사회를 ‘봉건왕조국가’, 김정일에 대해서는 ‘범죄집단’으로 규정하면서 90년대 중반 북한에서 300만명에 이르는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은 김일성의 시체에 6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라 비난한 바 있다. 


특히 김일성에 대해서도 그는 독재 행위 가운데 가장 큰 잘못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위원장이 남긴 저서와 각종 강연 및 기고글을 통해서 그의 남한사회와 북한사회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엿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 위원장은 지난 7월 ‘데일리NK’에 기고한 ‘보수·진보-좌파·우파란 무엇인가?’ 글에서 공산주의자들은 “유산계급과 자본주의 사회를 타도하고 사회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것이 진보의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면서 “하지만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에로의 이행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는 것이 이론적으로 뿐 아니라 역사적 실천을 통하여 확증되었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또 “지난 시기 집단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는 개인들의 다양한 창발성을 발양시킬 수 있도록 경쟁을 조직하는 것을 반대하고 사회적 집단의 통일과 협조를 일면적으로 강조함으로서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못 사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게 되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억제하다보니 봉건독재로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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