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학생들의 사회봉사활동 속사정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북한 전역에 있는 100여 개의 학생소년궁전과 청년회관, 소년회관을 통해 기초과학분야는 물론 컴퓨터ㆍ체육ㆍ무용ㆍ음악ㆍ미술 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학생들의 방학 생활을 소개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대학생들의 방학부터 남한과는 완전히 다르다.

남한의 젊은 대학생들이 능동적, 적극적으로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물론 북한에도 남한 대학생들의 자원봉사와 비슷한 ‘사회정치활동’이 있다. 그러나 남한 대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과 달리, 북한 대학생들의 사회정치활동은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사상선전을 위한 사회정치활동

사회정치활동의 두 가지 형식 중 한 가지는 ‘사상선전’이다. 방학기간에 고향에 가서 고향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상교양을 하는 것이다. 자발적인 경우는 없고 대학마다 있는 당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김일성주의 청년동맹>조직에서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강연을 위해 천편일률적으로 작성된(내용은 물론 김일성·김정일 찬양) 강연자료를 들고 개별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을 보내게 될 집으로 가서, 집 주변의 가두인민반이나 기업소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게 된다. 물론 방학이 끝나고 돌아올 때는 강연을 제대로 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학생들이 사상선전활동을 제대로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첫째로, 대학생이 사상선전활동에 대한 적극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조건 자체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15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방학기간에, 열악한 교통사정으로 고향집까지 왕복하자면 10일 정도 소비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런 짧은 시간을 사상선전활동 따위로 소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사회정치활동이 조직적 수행과제라 하더라도 대충 처리하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알고 지내는 당 간부 등의 인맥을 동원해 사상선전활동을 한 것처럼 위장하여, 강연지로 예정되어있던 인민반 또는 해당기업소의 확인증명서를 받아 거짓보고를 하는 것이다.

둘째로, 대학생들의 사회정치활동은 북한의 성분분류라는 특성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만 조성한다.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에 마을사람들에게 강연을 한다면, 출신성분이 좋아 대학생 자식을 둔 부모 형제들은 자랑스러워할지 몰라도 나머지 마을사람들의 심정은 안타까울 뿐이다. 왜냐하면 북한에서의 대학진학은 어디까지나 출신성분에 따라 결정된다. 자식에게 대학공부를 시키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은 똑같은데 출신성분이 불량해서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지 못한 부모, 형제들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따라서 마을 주민들의 그런 심정을 생각할 줄 아는 학생이라면 나서기를 꺼리게 된다.

셋째로, 북한대학생들의 방학은 그리운 부모형제들을 볼 수 있는 만남의 기회인 동시에 당분간이라도 굶주림을 해소하는 기간이 된다. 통행증 발급이 보장되는 방학기간만이 자유롭게 부모, 형제, 친지를 만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양으로나 질로나 형편없는 대학 기숙사의 급식에서 벗어나 집에 있는 음식을 그나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이다. 급식으로 모자라면 사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사먹을 돈도 없고 북한의 사회구조가 대학생은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사회정치활동이 무조건적인 수행과제임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고지식하게 사상선전을 위한 사회정치활동 강연을 진행한 학생은 공식적인 학생회의에서는 칭찬을 받아도, 대학생들의 사적 세계에서는 주제파악도 못하는 학생으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노력지원을 통한 사회정치활동

북한의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에 노력지원(육체노동)을 하는 경우는 국가적 대상건설(국가에서 주요건설대상으로 지목한 곳)이나 탄광, 광산에 노동력이 많이 필요할 때이다. 이때는 학생들이 자비를 털어 일하는데 필요한 작업용 장갑, 마치, 정대와 같은 작업공구들을 구입하여 현장을 찾아간다.

현장에는 상급 당 조직에서 대학마다 부과시킨 작업과제가 정해져 있다. 대학 앞에 맡겨진 작업과제를 원만하게 수행하기 위해 당 간부들은 대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한다. 소대(학급)앞에 맡겨진 작업과제를 수행하는 즉시 집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그리운 부모, 형제들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기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한다.

이것이 북한에서 대학생들의 사회봉사활동의 일각인 사회정치활동의 면모이다. 남과 북 대학생들의 사회봉사에 대한 일면을 보면서 가치관을 따져보게 된다. 남한의 대학생들이 관심, 취미, 이해, 자긍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사회봉사활동에 참가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북한의 대학생들은 시키면 할 수 없고, 안 시키면 더욱 좋다는 ‘관료주의적 사회관’에 젖어 있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바람직한 가치관인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식별할 수 있는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이주일 논설위원(평남출신, 2000년 입국)lji@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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