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 “개성공단 파탄나면 우리軍 다시 주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6차 실무회담이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북측 대표는 회담종료 후 일방적으로 남측 기자단을 찾아 북측이 준비한 합의문을 배포하며 이를 제지하려던 우리 측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등 전례없는 돌발 행동까지 보여 당분간 남북관계는 냉각기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양측은 25일 6차 실무회담에서 최대 쟁점 사안인 재발방지책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합의문 채택에는 실패했다.


특히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13층 회담장에서 진행되던 회담이 종료된 후 수행단 20여 명과 함께 사전 예고 없이 남측 기자실을 돌연 방문해 그동안 북측이 마련했던 합의문 초안과 수정안, 재수정안 내용을 배포했다.


박 부총국장이 배포한 초안에 따르면 “회담에서 남측은 일방적인 주장만을 계속 고집하며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했다”며 “개성공업지구는 남측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남측의 처사는 공업 지구 정상화를 끝끝내 가로막고 나아가서 공업지구를 완전 폐쇄시키려는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음모”라며 “개성공업지구 협력 사업이 파탄나면 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공단에 출입하는 우리 기업 인원에 대한 신변안전과 기업의 투자자산 보호, 위법행위 발생 시 분쟁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국제 공단화 관련해서는 “북과 남은 개성공업지구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대해 국제적 수준의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경제협력지구로 발전시켜 나간다”고 표현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이날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재발방지와 관련해 북측이 새롭게 제시한 문안으로는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될 수 없으므로 오늘 회담을 마무리하고 차기 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이를 두고 ‘회담 결렬’이라면서 “남측이 입장을 철회하고 남과 북이 공동담보를 할 경우에 판문점 채널을 통해 차기회담 일정을 협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은 북측이 진전된 입장이 있을 경우 판문점 채널을 통해 연락할 것을 제안했으나 북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오늘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과로 인해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측은 이날 박 부총국장이 남측 기자단에 배포한 성명서를 회담 전에 미리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측이 처음부터 이번 회담에 진정성을 갖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측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측면이 있었던 것”이라면서 “북측은 자기들의 최고 존엄을 건드린 것을 양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이 같은 행동을 볼때 북측이 애초부터 회담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게 아니라 (중국에)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북측의 돌발 행동으로 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절’과 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한미 양국의 연례적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기점으로 북한이 한반도 위기 지수를 또 다시 높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측이 이날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공단 폐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분 쌓기용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부총국장의 돌발행동과 관련해서는 ‘빈손으로 돌아갔을 경우 예상되는 문책을 피하기 위해 평양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