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級’ 입장변화 가능성 낮아…냉각기 지속

수석대표 급(級) 문제로 무산된 ‘남북 당국회담’을 다시 봉합할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조기에 대화 모멘텀을 찾지 못할 경우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11일 회담 대표단 파견 보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남측을 향해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 “엄중한 도발”로 규정했다. 회담 무산 책임을 전적으로 남측에 떠넘긴 것이다. 


북한의 반응을 볼 때 추가 회담 논의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을 다시 단절시킨 것도 향후 북측의 태도가 완고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리 정부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나서 “굴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볼 때도 이번에 북한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난다. 정부는 북한에 수정제의할 계획이 없으며 추가적인 회담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무산 원인이 됐던 수석대표 ‘급(級)’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북측이 남측의 차관급 수석대표를 수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나오는 경우의 수는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북한이 대화 초기 실무회담에 나설 때의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보일 때 회담 재개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상당기간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데일리NK에 “북측이 요구한대로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만나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그동안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회담이 해프닝으로 무산됐다면 재개 가능성이 있지만 북측의 ‘우롱’, ‘왜곡’이란 반응을 보면 당분간 재개는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남북 모두 명분과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어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여건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3국이 중재하는 방안은 중국인데,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최룡해를 만나 의견을 전달했는데 뜬금없이 중재에 나선다는 것도 모양새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측이 ‘급’을 맞춰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