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 직접 주유소 건설해 연유(燃油) 팔아 돈벌이”

진행 : 매주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 연유(燃油)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강미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소식 먼저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최근 한국에서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한 달 넘게 하락했다고 하는데,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기름 가격이 하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죠. 연유 가격 하락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장사꾼들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잖아요.

이 부분도 북한도 아주 흡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최근 기름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서 정신없었는데, 최근 국가에서 운영하는 주유소가 늘어나면서 개인 기름 장사꾼들이 울상이라고 합니다.

진행 : 네, 북한에서 연유는 장사꾼들이 몰래몰래 지속적으로 팔아왔고, 당국이 아무리 주유소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은데요. 왜 속상해 하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 네, 말씀하신대로 북한에서는 휘발유나 디젤유 등 연유와 관련한 물품은 공식 장사 품목은 아닙니다. 그러기 때문에 시장 장사꾼에게 부탁해서 파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휘발유 장사꾼들에 대해 지역에서 대체로 알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개인집을 찾아가서 직접 구입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이뤄졌던 기름 장사 행위는 국영 연유판매소들이 곳곳에 생겨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온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국영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연유 가격을 시장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들이 연유판매소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개인 연유장사꾼들의 생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따금씩 불법 연유판매에 대한 단속을 진행해 개인집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디젤유를 회수해 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기름 장사꾼들 입장에서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 : 북한 당국은 이렇게 단속을 통해 회수해 간 휘발유와 디젤유를 어떻게 처리하나요? 

기자 : 네, 일단 휘발유와 디젤유는 해당 지역의 보안서(경찰서)에 집결되는데요, 그 이후 간부가 꿀꺽 한다든지, 아니면 인근 연유 판매소로 흘러들어가곤 한답니다. 어떨 때는 일부를 돌려받기도 하지만 그냥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걸 찾겠다고 들이는 뇌물이면 차라리 새로 구입하는 것이 낫기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결국을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은 당국이나 단속을 한 해당 보안원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들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당국이 파악하지 못하도록 연유 보관을 잘 하고 있고요. 판매는 소량만 꺼내놓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장고와 판매하는 장소를 다르게 해 놓는 겁니다. 

진행 : 북한 당국이 직접 연유판매소를 건설해놓고 기름을 판매하고 있는 건데요. 이런 행위를 어떻게 평가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 2010년대에 들어 전국에 택시나 자동차, 승용차들이 증가했고, 이에 맞춰서 북한 당국이 전국에 연유판매소를 건설했는데요.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자 주민들은 “이젠 국가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세상이 됐다” “자본주의가 다 됐는데도 왜 사회주의를 선전하냐”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시장화를 이용해서 통치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국가공급이라는 생색도 내면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개인들의 투자로 차량들이 늘어나자, 충분히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해서 고안해 낸 전략이라고 평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진행 : 국영 연유판매소에서 판매하는 연유가 개인들이 판매하는 연유보다 싸다고 하셨는데요, 현지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 네, 양강도 혜산시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혜산시의 경우 개인들은 연유공급소 등에서 휘발유를 구입해서 판매하는데, 1kg당 8400원 정도라고 하고요, 연유판매소에서는 조금 싼 가격인 8200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격 차이는 크지 않지만 개인들이 판매하는 연유에는 요재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로 연유판매소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요재라는 말은 정품이 아닌 제품을 뜻하는 용어인데요. 암튼 국가에서 판매하는 건 ‘정품’이라는 인식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힘이 없는 주민들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당국을 당해낼 재간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그리 좋지만은 않네요.

진행 : 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북한 시장의 물가동향 알아볼까요?

기자: 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춘궁기(春窮期)가 본격 시작됐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쌀 가격은 여전히 안정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4870원, 신의주 4820원, 혜산 48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720원, 신의주 1750원, 혜산은 17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35원, 신의주는 8020원, 혜산 8105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185원, 신의주 1150원, 혜산은 117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2500원 신의주는 12000원, 혜산 130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8300원, 신의주 8340원, 혜산에서는 84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4710원, 신의주 4650원, 혜산은 47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