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 신의주서 외부정보 담긴 인쇄물 판매에 검열 돌입

소식통 "국경봉쇄로 돈벌이 안되는 北 무역회사들, 개인에 인쇄기 빌려주고 임대료 챙겨"

본지가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에는 “많은 양의 남조선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 생산 및 유포할 경우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당국이 인쇄기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들이 인쇄기를 이용해 해외 정보가 담긴 정보지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인데, 외부 정보 유입과 내부 정보 유출에 대한 당국의 우려가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보위부가 지난달부터 인쇄기를 관리하고 있는 무역회사들을 돌며 검열을 하고 있다”면서 “무역회사들이 인쇄기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행태가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무역회사들이 지난 5월 신규 와크(수출입 허가권) 발급 이후에도 북중 무역이 정상화되지 않으면서 수입이 저조하자 보유하고 있는 인쇄기를 개인에게 임대해주고 돈을 받아왔다.

또한 무역회사로부터 인쇄기를 임대받은 개인이 기기를 이용해 해외 뉴스와 북한 내에서 떠도는 소문 등을 담은 인쇄물을 제작해 돈을 받고 팔았다는 전언이다.

북한 일부 주민들은 이 같은 정보지를 돈을 주고 사서 읽을 만큼 외부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컸다고 한다.  다만 이와 관련 정보를 입수한 보위부가 이를 불법 정치 행위로 간주하면서 인쇄기를 보유하고 있는 무역회사 및 사진관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검열에 나선 상황이다.

보위부는 현재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인쇄기를 보유 혹은 사용한 사실이 있는지, 목적에 맞게 인쇄기가 사용됐는지 등을 일일이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인쇄기의 방만한 사용이 정보의 유·출입 또는 위조 지폐 유통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인쇄기 소유를 금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북한 당국이 채택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인쇄기의 반입 또는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에 따르면 불법 인쇄물을 제작한 경우는 물론이고 불법적으로 인쇄 설비를 들여왔거나 인쇄기에 대한 등록 및 이용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해당 법 제34~38조에 의거해 노동교양형 혹은 15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콘텐츠 유출입 차단 총망라…北 ‘라디오 청취시 처벌’ 첫째로 강조)

소식통은 “최근 코로나 방역을 목적으로 한 국경 봉쇄가 길어지면서 국가(당국)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상당히 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외부 정보를 담은 인쇄물이 사람들의 비판 의식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보위부가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도 인쇄기 사용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조선(북한)에서 필요한 물품과 수량 등을 (팩스로) 보내주기로 했는데 보위부가 인쇄기를 통제하면서 주문 내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이 인쇄기 검열을 시작하면서 지폐를 위조해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40대 남성 A 씨는 고가의 인쇄기를 불법으로 사들여 북한 돈을 위조했으며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신의주 내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데 위조 지폐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남성은 지폐 위조 사실이 발각된 비공개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 당국은 A 씨가 만든 위조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지, 이 같은 지폐 위조 사례가 더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