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단속을 피해 한국 영화·드라마를 몰래 시청하는 주민들이 최근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보위부까지 나서서 가정집을 수시로 방문하며 검열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부 소식통은 말했다.
평양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 알판(CD) 단속을 전담했던 109그루빠(그룹) 외에도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인민위원회 등에서 나와 단속을 하고 있다”면서 “단속 강화로 주민들은 이제 웬만하면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보위부에서 따로 단속을 진행하면서 뒷돈(뇌물)을 주고 조용히 넘어가던 것도 힘들게 됐다”면서 “이들이 ‘가차 없이 처벌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한국 드라마 시청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보안기관의 발언이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강한 처벌로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한국 드라마 시청을 더 위축시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평양 형제산 구역에서 살던 50대 여성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 발각돼,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 또 이 여성에게 CD를 대여해줬던 장사꾼도 단속망에 걸려 수용소행(行)을 면치 못했다.
소식통은 “보위부에서 한국 드라마 시청을 정치범으로 보기 때문에 (장사꾼들 사이에서) 아예 팔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면서 “그동안 알판을 팔아왔던 장사꾼들에게 ‘(CD를) 구할 수 있나’고 물어보면 손사래 치면서 정색을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처럼 북한에서 한류(韓流) 통제는 김정은 시대 들어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김정은이 2012년 1월 14일 불순한 녹화물·출판물 등을 단속하라는 교시를 내려 ‘114상무’ 특별 조직이 구성되기도 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자본주의 문화 유포 차단을 목적으로 한 상무 구성은 ‘114상무’가 처음이다.
‘114상무’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와 국가보위부에서 차출된 인력으로 구성, 조직 내 견제와 감시 등 특별임무를 부여받아 집행한다. 그동안 불법 녹화물 단속 요원들이 뇌물을 받고 불법을 눈감아 주는 행위를 근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러나 이 같은 북한 보안기관의 통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소식통은 내다봤다. 북한이 자본주의 문화에 익숙해지고, 돈이 우선인 사회로 변하면서 당국의 통제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는 “보위부가 직접 단속하는 것을 제외하곤 여기(북한)에서 뒷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냐”고 반문하면서 “시간이 조금 흐르면 뇌물이 조금 오르는 수준에서 한국 드라마 시청도 다시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한국 드라마 시청은 간부들이 우리(일반 주민)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면서 “시범껨(본보기)으로 간부들에 대한 공개 총살 등 강력한 처벌을 한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런 소식이 없는 만큼 봐주기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은 몇 달 전 종영된 조선시대 역사 드라마 ‘정도전’과 천재 탈북 의사를 그린 ‘닥터 이방인’ 등이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하자, 한국 드라마 등에 대한 단속을 한때 강화한 바 있다. 이는 외부 정보가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쳐 체제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