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전(全) 인민군부대에 올 가을부터 군량미를 국가에 바치라는 황당한 지시를 하달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에서 군량미는 군대에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기 위해 주민들이 바쳐왔는데, 이제는 수급자인 군인에게도 그 과제를 부과한 셈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9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에서 양강도 주둔 12군단에 군량미 계획량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에 따라 12군단 소속 모든 사단, 여단들에서는 올해 가을에 계획량의 군량미를 확보해서 국가에 바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군량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인 군인들이 군량미를 나라에 바쳐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라면서 “이번 지시는 양강도 주둔 군부대 뿐 아니라 북한군 모든 군단들에 동일한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지시로 군인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배급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돌연 군량미까지 바치라는 지시가 하달됐기 때문이다.
군인들 사이에서 “지구상에 군대가 군량미를 내는 국가가 있냐” “군의 사명이 무력으로 나라를 지키는 일인데, 군량미를 바치라는 것은 농사군(꾼)이 되라는 소리냐”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군량미를 걷어 들인 것은 1990년 중‧후반부터다. 김정일은 당시 대량아사사태에도 선군(先軍)정치를 내세우면서 “나라를 지키는 군대는 배를 곪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당시 북한 당국은 군량미를 바치지 않은 주민들에게는 배급과 분배를 하지 않았다. 또한 당 조직을 비롯해 각 단체들을 동원해 군량미를 내지 않은 세대들과 그 자녀들은 사회, 정치적 우대에서 배제시켰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하루 세끼 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부과된 군량미를 바쳐야만 했다.
하지만 군의 식량 보급량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자체 해결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왔다. 이후 배곯던 군인들이 스스로 부업지(副業地)를 개간, 농사를 짓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이런 부업지에서 생산된 수확량도 국가가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군량미를 제대로 주지 못하니, 이런 꼼수가 나온 것 아니겠느냐”면서 ‘내년부터는 대대적으로 부업 농사를 해야 한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