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다큐 제작 영국 감독 대니얼 고든

최초로 북한에 들어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화제가 된 대니얼 고든(Daniel Gordonㆍ34) 감독이 16일 내한해 오후 5시 20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바 있는 고든 감독이 이번에 다시 내한한 것은 18일 개봉하는 영화 ’어떤 나라’(State of Mind)와 ’천리마 축구단’(The Game of Their Lives)의 홍보를 위해서다.

2004년작 ’어떤 나라’는 북한이 자랑하는 대집단체조(매스게임)에 참가하는 여학생 두 명의 연습 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이에 앞서 2002년에 만들어진 ’천리마 축구단’은 1966년 월드컵 8강에 오른 북한 축구팀을 다룬 작품으로 감독은 당시 서양 영화인으로는 최초로 북한에서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든 감독은 “’어떤 나라’가 지난해 북한과 남한에서 한 달 간격으로 상영을 했는데 두 곳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내 영화가 한국 극장에서 본격적으로 상영하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자신을 축구광으로 소개하는 그가 처음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축구 때문이다. 66년 월드컵에서 활동했던 북한 선수들의 면모를 기억하고 있던 감독은 그때 그 선수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자 북한측과 접촉을 했고 이후 4년여 만에 ’천리마 축구단’의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그가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TV 화면을 통해서 본 기계적인 대규모 군사 행진의 모습.

첫 영화 ’천리마 축구단’을 촬영하면서 북한의 주민들을 알기 시작했고 “그 모습이 다는 아니다”라는 생각에 두번째 작품 ’어떤 나라’를 기획하게 됐다.

“어느 정도는 특권을 가진 평양 아이들이지만 이들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욕심은 두번째 영화 ’어떤 나라’를 기획한 의도다.

“정치적인 면보다 그 안의 사람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가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 속에 새긴 원칙은 “정치적인 관념으로 사람들을 만나기보다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더라”는 것이 촬영을 진행할 수록 그가 얻게 된 생각이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이 들었던 것은 사람들과의 벽을 허무는 과정이었다. 그는 “아마도 촬영 팀이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에 폭탄을 퍼부었던 사람들 이후 처음 만나게 되는 백인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며 “신뢰를 얻어가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시간을 가지고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다보니 의외로 어느새 가까운 사이가 돼 있더라”고 말했다.

’정치성을 배제한다’는 의도대로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북한의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희화화도, 동시에 이에 대한 옹호도 담고 있지 않다.

김일성-정일 부자의 우상화를 보는 시각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 곳 사람들의 삶의 일부일 뿐, 서구의 시각에서 우습게 볼 문제는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북한의 인권 문제나 식량난 등 다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보다 북한 사람들에 대한 식량 원조를 이끌어내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라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북한과 그들의 리더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식량난에 허덕이는 주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거부감을 덜어내는 게 이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덜어줄 방법입니다.

” 북한을 다룬 세 번째 다큐멘터리로 미군 제임스 드레스넉 이병 등 북한으로 넘어간 미군 병사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로스 더 라인’(Cross the Lin)의 촬영을 최근까지 북한에서 진행하기도 한 그는 ’앞으로도 북한에서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힘이 들어서 만들 때마다 다시 북한에서 촬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다시 촬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차라리 계획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며 밝게 웃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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