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업살리기, 포전담당제보다 자율성 보장 우선해야

북한 농업근로자들이 온실남새(채소)와 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사진 = 연합

가물(가뭄)과 고열 피해로 올해 북한 농사 작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내년 식량 걱정을 하고 있을 북한 농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주민들은 먹을 걱정 추위 걱정을 하는 상황인데도 당국은 각종 건설 동원과 물자 납부에만 열을 올린다.

20세기 후반 두 번의 혁명이 북한 농촌을 휩쓸었다. 1946년 첫 번째 혁명은 토지개혁이었다. 이때부터 북한에서 지주와, 부농, 중농이 자취를 감추었다.

1950년대 말 농업 전체를 집단화하면서 농민들은 ‘농장 노동자’로 전락했다. 이 두 번째 혁명으로 북한 농민들은 주인의식이 없어졌다. 수백만의 자작농이 사라지고 약 3000개의  협동농장이 생겨났다. 농업 생산에서 집단 책임의 협동농장이 자리 잡으면서 농민의 자율성도 사라졌다.

사회주의 제도의 안정기 동안에는 국가계획위원회가 낮은 상대가격으로 농산물을 확보하기 위해 의무수매제도를 도입했고, 군 농장경영위원회를 조직하고 기업적 지도제도체계를 활용했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국가의 성장은 산업투자를 위한 자원을 국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북한은 자원 동원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농산물, 특히 곡물을 정부가 정한 낮은 가격으로 국가에 의무적으로 수매하게 하는 방식을 썼다. 농민에게 일종의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1960년대 초반에 곡물과 축산물 등에 대한 의무적 수매체계가 전국적으로 확립되었다. 국정가격으로 정해진 양을 수매로 내놔야 한다. 북한의 농업조직(협동농장)이 농업 잉여를 농촌으로부터 국가에 원만히 이전하는 과정이었다.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은 협동농장체계를 작업반 책임제,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제로 조직해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북한은 이런 조직화를 통해 농업생산과 공출량을 계획하고, 적은 비용으로 생산량을 극대화 시키고자 했다.

농업협동화의 기본 목적은 농업생산의 증가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농장 집단화는 농민들이 매일 아침 출근하도록 만들었지만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지는 못했다. 개별 농민이 수행하는 작업이 분리돼 있어 매시간 감시하기도 어렵고, 30-100명 단위의 작업 단위 일 공정을 톱니바퀴처럼 순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도 농장 지배인 입에서만 가능했다.

협동농장은 농업생산과 소득 증대의 기능은 미약하고 정치사상교육과, 정책전달, 이주통제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농민들은 보통 국가의 곡물 생산계획 수행을 무조건 따르도록 강요됐다. “쌀은 곧 사회주의이다” 라는 슬로건이 북한 농촌을 지배했다.

북한은 농업생산 개선을 위해 국가적 투자를 통해 토지를 정리하고, 관계시설을 개량했다. 농기계를 도입하고 비료와 농약 공급량도 늘였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1970년대부터 해마다 전국의 노동자, 군인, 학생, 가두여성 등이 총동원돼 농번기 전투에 투입됐다. 농민들에게 국가자금으로 살림집을 지어주고 상점과, 병원 등 서비스를 확대하였다. 그러나 생산량 효과는 쥐꼬리 만큼도 없었다. 결국 1990년대 중반 대참사로 이어졌다.

협동농장을 통한 획일적 집단화는 역설적으로 농업생산의 지역적 차이를 키웠다. 서해안 지역은 전체 곡물수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비료, 농기계, 전력과 같은 국가의 투자에서 우선권 부여되어 있다. 이 지역은 정부의 각종 지원과 대책을 우선적으로 부여받지만 다른 지역은 소외된 채 곡물 자족을 위한 분투만 강요받고 있다.

현재 북한 농업생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장들의 자율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에서 농업개혁이 일부 이뤄지고, 농업과 축산의 병진, 스마트농법 등을 도입하여 소득증대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990년대 식량난 이후 협동농장의 획일적인 시스템은 약화되고 생산에 필요한 요소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필요한 비료나 농자재를 시장에서 미리 꿔다가 쓰는 용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시장 활용을 극대화 해야 한다.

북한이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가족도급제 방식의 ‘포전담당제’를 실시하는 것도 환영하지만 국영농장에서 도입한 경영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치도 시행해야 제대로 된 개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래야 북한 당국이 강조해온 주체농법의 ‘적기적작, 적지적작’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 농업생산 및 농가소득의 증가 해법은 오히려 매우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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