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경지 14% 훼손 ‘기아사태’ 다시오나

▲ 북한 주민들이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쳐가고 있다. <사진=조선중앙방송>

북한 집중호우로 인한 농경지 피해가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번 수해로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를 중심으로 전체 경작지의 11%가 물에 잠겨 곡물 수확이 20만~30만t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19일 조선중앙TV 발표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북한 전역에 걸쳐 수백명이 사망.실종 됐으며, 농경지 훼손은 22만정보, 주택손상 11만여 세대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22만정보는 북한 총 농경지의 14%에 해당한다.

북한은 지난 95년, 96년 연이은 집중호우로 많은 농경지가 훼손되면서 90년대 중반 대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95년 당시 북한이 발표한 사망.실종자가 68명, 이재민 520만명, 농경지 침수가 36만정보다.

96년에는 사망.실종자 116명, 이재민 327만명, 농경지 침수 26만정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북한의 수해 피해 규모는 사망.행불자 150명, 농경지 침수 2만7천정보였다.

이에 따라 북한지역에 발생한 수해가 지난해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심각한 반면 95년, 96년 대홍수 시기와 비교해선 조금 낮은 수치다. 그러나 농경지 훼손이 북한 총 농경지의 14%에 달해 안그래도 부족한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케이석 북한 담당연구원은 “지금 수해가 심각하게 났다는 것은 1년 내내 농사를 지어 수확하기 직전에 작물들이 씻겨 내려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어렵게 됐다”고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케이석 담당연구원은 “1년 내내 북한 식량가격을 보면 수확 직후(9월 중순경) 가격이 떨어지는데, 그 한 달 전에 수해가 생겼다”며 “보통 그 때(9월)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기대하는데 이번에 국제적 지원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지기는 커녕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한농연)에 따르면 북한주민 2350만 인구를 대상으로 1인당 하루 1,600 kcal 의 열량을 공급한다고 가정하고, 최소한의 사료용, 가공용 곡물, 종자, 수확 후 손실 등을 감안한 최소 소요 식량은 연간 520~530만 t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 열량은 2,130 kcal이다.

국제 기구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식량은 감자를 포함해 연간 430만~450만t 내외로 알려졌다. 필요 분량에서 생산 분량을 빼면 연간 80~90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결국, 최소한 기아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80~90만t의 식량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지난 6월 말부터 쌀 40만t을 북송 중이다. 한국 정부는 별도로 WFP를 통해 2천만 달러 상당(3만t)의 식량을 지원할 예정이다.

7월 말 기준으로 한국 정부의 지원과 국제기구 그리고 북한의 무역량을 모두 합할 경우 외부 유입량은 총 55만 여t 정도로 추정된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외부 유입량에 비해 약 30~40만t이 부족하다.

하지만 외부 유입량이 80~90만t이 필요하다는 것은 수해를 당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430만~450만t 생산이 가능할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 수해로 총 농경지의 14%가 훼손 됐다면 외부 수입량은 그 만큼 늘어나야 한다.

권태진 한농연 선임연구원은 “380~400만t 정도 작년 가을에 생산했다면 이것저것 제외하고 비축량이 200만t까지는 안될 것 같다”며 “6월 말에 수확한 것을 감안하면 150만t 내외로 보는데 그 정도로는 금년 가을 수확할 때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VOA에서 밝혔다.

그러나 일부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에게 하루 500g씩만 공급해도 아사사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400만톤이면 정상적인 배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