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외화거래 확대, ‘화폐주권 상실’로 이어질 것”

북한 주민들의 시장 활동에서 소액 외화(달러, 위안화) 사용이 늘어나면서 북한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 ‘화폐 주권 상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 물가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쌀값이다. 주민들은 비교적 적은 양의 쌀을 살 때도 북한 돈 보다는 위안화 소액 화폐로 지불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들어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 가격으로 ‘흥정’과 ‘거래’를 하고, 100위안을 건네면 시장 환율을 기준으로 10위안과 1위안 등 소액 화폐를 거슬러주는 현상이 늘고 있다. 또한 자녀들의 영어, 중국어 과외비용을 지불할 때에도 외화 사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2009년 화폐 개혁 이후 북한 주민들의 위안화 등 외화 선호가 심화됨에 따라 북한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일리NK는 지난 11일 최근 북한 내에서 주민들 주요 이동 수단인 ‘써비차’ 이용에도 북한 돈이 아닌 외화 거래가 일반화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의 외화 소유 증가에 따른 소액 화폐의 일상적인 거래는 북한 원화의 ‘화폐 주권 상실’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 화폐 개혁에 대한 충격과 당국의 각종 경제정책 실패로 인해 주민들의 원화 화폐 신용도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돼 내화 보유를 갈수록 꺼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북한 당국이 외화 거래를 제한, 통제하는 정책을 쓴다면 주민들의 외화 사용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외화 선호 현상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8일 데일리NK에 “화폐 개혁에 대한 충격과 당국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 물가 폭등에 대한 우려로 화폐 신용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화폐 주권 상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신뢰정책을 보여주는 게 필요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북한은 외화도 없고 외자유치도 어려운 상황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경제 부문에서 복합적인 개혁이나 변화 없이는 그 어떤 시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화폐 신뢰도 하락은 막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북한 주민들 대다수가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북한 화폐에 대한 문제의식이 갈수록 커져감에 따라 외화 사용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소액도 외화로 거래를 하려는 현상은 그동안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외화 사용에 대해 단속 강화가 실패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원장은 이어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북한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문제를 정치적으로 푸는 게 아닌 경제를 외부에 개방하고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내화 화폐 가치 하락’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