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벌이고 있지만 북한이 오는 19일부터 실시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문제 삼아, 다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개성공단 회담 성과에 따라 북한이 UFG에 대한 입장도 바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대화제스처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대내외 정치적 실익에 따라 언제든지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는 행보를 보일 수 있다. 당장 UFG 연습이 북한에 긴장고조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이 훈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북한이 현재까지 남북회담을 의식한 듯 비난을 자제하고 있지만, 회담 결렬 시 맹렬한 대남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올 초 전쟁도발 위협을 거듭했던 북한이 최근 대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잠잠한 모습이 지속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행동 패턴을 ‘벼랑끝 전술→구애 공세→도발 재개’라고 설명한 뒤 “북한의 새로운 도발 가능성이 무르익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이어 미북대화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신들이 국면을 주도하지 못하거나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할 때는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는 패턴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북 전문가들도 개성공담 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의 태도도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단 재개를 합의할 경우 이후 장관급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의 관심은 오히려 금강산관광 재개에 있어 장관급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제기해 금강산 관광재개와 인도적지원 등에 대한 협의를 이끌어 내려고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번 7차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추가 회담 분위기가 유지되면 대화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회담이 결렬될 경우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의 성격은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국한돼 있지만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회담 결렬은 곧 남북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북한은 회담 결렬 시 UFG 연습을 빌미로 다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데일리NK에 북한의 개성공단 회담 제의는 도발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면돌파용이었다면서 “북한이 예상한 대로 개성공단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다시 판을 흔들어 활로를 찾으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을 흔들기 위해 대외 비난 공세를 펴거나 실제로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자신들의 노력에도 한미의 경직된 자세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고 중국에 강변할 수 있다”면서 하반기 이후 북한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발방지책과 관련 ‘남과 북은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는 북한의 제의에는 함정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위성을 가장한 미사일 발사 시험 등에도 남북경협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