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남북 정상회담 종결 직후 각 지역에 주민들의 관련 반응 및 동향을 면밀히 조사하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 의지 표명이 주민들에게 미칠 파장을 분석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수뇌상봉(정상회담)에 대해 주민들이 모여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위원장이 나타나 돌연 ‘당(黨)에서 주민들의 동향을 살필 데 대한 내적인 방침을 내렸다’고 조용히 언급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이런 때일수록 말조심하고 나라 일을 잘하자’는 선동적인 말도 흘렸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에게 당국의 지시를 언급하면서 언동을 조심할 것을 인지시킨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접한 한 동네 주민들이 29일 오전, 모이라는 말도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회담 관련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처음에 한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다 사람들이 몰려와 판이 커졌다는 것.
이 중 주동적으로 이야기를 이끈 인물이 바로 한 여맹위원장이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그 여인의 남편도 당 간부”라고 지적하면서 “그가 선동적인 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여맹위원장은 북한 가두여성(전업주부)의 단체 여맹원들의 사상교육과 조직생활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로, 시장 활동에서 핵심적 역할을 차지하는 여성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당국이 여론을 주도할 만한 인물을 내세워 주민 사상 동향을 점검하면서 유언비어 및 과도한 기대가 확산되는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한 이 여맹위원장은 당국의 선제적 조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는 정말 큰 사변이 틀림없다” “잘살 날이 오래지 않았으니 희망을 가지고 조금만 더 참자”고 말하면서, ‘비핵화’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의 뜻풀이 요구에 “간단히 말하면 무서운 무기를 안 만든다는 말과 같다“고 설명해줬다고 한다.
다만 주민들은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모여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사람이 모여 있는 모든 곳에서 회담의 소식을 놓고 남조선에 대한 기대를 가장 많이 표현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털털한 걸 보니 관계가 잘 될 것 같다’는 평가도 들린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이 말 속에는 남조선에 대한 동경과 남조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싶은 절실한 마음들이 보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