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남갈등 유발시키려고 기업인 방북 허용”

북한이 28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방북하면 공단 정상화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 간 실무회담을 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회피하고 있는 북한이 남남 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한편에선 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이 개성공단 지구에 대한 기업가들의 방문길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우리는 공업지구 기업가들의 방문을 이미 승인한 상태이며, 그들이 들어오면 제품반출 문제를 포함하여 공업지구 정상화에 관련한 어떠한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8일에도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명의의 문서를 우리 기업 여러 곳에 팩스를 보내 지난 3일 철수 당시 제품과 원부자재를 반출하기 위한 문제를 협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를 위해 5월 6일까지 구체적인 협의 및 출입계획을 제출하라는 안까지 제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중단 장기화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기 위해 이 같은 프로파간다(선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방북승인 상태’ ‘어떤 협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자신들의 유화적인 태도에 남한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남한 내 여론을 형성시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대정부 공격 빌미를 제공하는 차원일 수 있다.


실제 민주당 국회의원 10여 명은 27일부터 3일간 종교계 인사들과 함께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며 하루 천 배(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날인 29일엔 서울시청 앞에서 천 배 행사를 갖고 정부광화문청사를 찾아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날 계획이다.


시민단체 등도 개성공단 사태 장기화 문제 등을 지적, ‘한반도 평화촉구를 위한 남북 국회 회담’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요즘 남북한 당국이 주고받는 말들을 보면 치졸하기 짝이 없다. 서로 능멸하고 증오하는 단계다. 이 증오의 종착점은 ‘죽기 살기 식의 전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주기업들은 이번 북한의 대화 제의해 아직까진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재권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회장은 “당장 방북단을 꾸릴 계획은 없다. 통일부 발표를 듣고 움직이겠다”며 “냉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와 북한의 선전 지속, 정치권의 움직임 등에 따라 입주기업들의 태도가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조평통이 이날 6·15공동행사 개최를 불허한 우리 정부를 비난한 것 역시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조평통은 “6·15공동행사에 대한 남측 단체들의 참가를 즉시 허용해야 한다”며 “만일 남남갈등이 정 우려된다면 당국자들도 통일행사에 참가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의 대남 선동은 또 금강산관광지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과 정부 재산에 대한 동결·몰수 조치를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부자재 반출 문제 협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에도 남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재산정리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최고조로 끌어올린 한반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시켜 개성공단 문제 해결의 출구전략을 시도하는 방편일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최룡해가 방중을 계기로 ‘관계국들과 대화를 원한다’고 밝힌 것은 남북 간 대화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평통이 북한 방문 기업인들의 신변안전이 걱정이라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성원들을 함께 들여보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변안전 문제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당국자도 들어올 수 있다는 대목은 남북 간 실무회담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게 아니냐는 적극적인 해석도 낳고 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조평통의 주장에 대해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민간과의 접촉이 아니라 당국 간 회담에 조속히 나와서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국 간 회담에 대해서는 북한이 ‘오그랑수’라고 폄훼하면서 민간에 접근하는 것은 북한의 이중적인 행태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