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시장에서 판매하는 대파와 고추, 참깨 같은 김장재료 도난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장 준비를 위해 많은 주민들이 대파나 고추, 조미료 등을 사고 파는 복잡한 상황을 이용해 농산물을 훔치는 도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이 전한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 전말은 이렇다. 이달 20일경 쌀 배낭을 메고 온 여성 두 명이 ‘농촌에서 쌀을 팔러 왔는데 고추 가격부터 알아보려 한다’면서 말린 통고추를 판매하기 위해 줄을 지어 앉아 있는 장사꾼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의 행색이나 말투가 전형적인 농촌 여성들이고 쌀 배낭을 메고 땀을 흘리고 있어 장사꾼들은 별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저기 고추를 만져보던 두 여성은 60대 장사꾼 앞에 쌀 배낭을 내려놓고 ‘여기 고추가 좋다’며 저울에 먼저 떠보라고 말했다.
장사꾼이 저울에 달아 무게를 재자 이 여성들은 고개를 저으며 무게가 좀 더 나가는 것 같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판매자는 ‘그럴 리가 없다’고 화를 냈다. 이 여성들은 자기들이 아는 장사꾼에게 맞저울을 떠보겠다면서 쌀 배낭을 두고 고추 포대를 자연스럽게 들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 장사꾼은 쌀 배낭을 놓고 간데다 다른 물건도 있어 따라가지 않았다고 한다.
통 고추를 들고 간 여성들이 10분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자 판매자는 불안감이 들었고, 그제서야 쌀 배낭을 열어보니 모래가 들어있었다. 도둑을 맞았다는 것을 알아챈 60대 장사꾼은 시장 보안원(경찰)에게 달려가 신고하고 곳곳을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청진 수남시장은 우리 동대문 시장의 두 배 규모에 달하는 대형 시장이다.
소식통은 “어린 십대 아이들이 떼로 몰려 다니면서 고춧가루 봉지와 조미료를 들고 달아나기도 한다”면서 “물건을 시장 밖으로 빼돌리는데 채 몇 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장사꾼을 속이는 방법은 저울과 관련한 것이 많아서 주의가 요구되는데도 장사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꼭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양강도에서 장사를 했다는 탈북민 김명옥(가명·50대) 씨는 “북한에서 도둑들은 대부분 생계형이고 활동무대는 역전이나 시장”이라며 “보안원들이 순찰을 돌고 장사꾼도 주의를 기울이지만 워낙 도둑이 많고 채는(훔치는) 기술이 좋다 보니 눈뜨고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