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기종 테러 옹호’는 도둑이 제발 저린 격

북한과 함께 지구상에서 ‘냉전의 잔재국’이었던 쿠바가 최근 미국과 53년간 이어오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함으로써 국내외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식자층에서는 세계유일의 냉전지대라 할 수 있는 한반도에서 무려 70년 동안이나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똬리를 틀고 있는 북한에게도 이런 소식이 ‘신선한 충격’이 되어 일말의 정책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북한 땅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자유민주주의체제’인 우리나라에서 “정말 예기치도 않은 장소에서 예기치도 못했던 인물에 의해” 주한미대사인 ‘마크 리퍼트’를 대상으로 발생하였다. 지난 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약칭 ‘민화협)가 주최한 초청강연회에 참가하였던 김기종(’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이 리퍼트 대사를 습격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결코 “안전한 사회가 아니구나”라는 엄연한 현실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사건 이후 우리는 또다시 결코 경시(輕視)해서는 안 될 매우 귀중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아직까지 검경(檢警)의 수사가 진행중에 있기 때문에 확언을 할 수는 없지만 이 피습사건의 범인인 김기종이 소지하고 있었던 30여종의 ‘이적표현물’이 적발됐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당국은 이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마치 때를 기다리기라도 하였다는 듯이 각급 관영매체를 통해 “이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민심의 반영이자 항거의 표시이고,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 등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계기로 한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대남 전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잇따른 서기국 보도를 통해 “김기종을 우리와 결부시키는 것은 여론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 국제적 망신을 모면하며 통일애국세력을 절멸시키기 위한 기도이자 우리에게 테러지원국 모자를 씌워 반북모략소동에 매달려보려는 졸렬한 술책, 황당한 중상모략”이라고 왜곡함으로써 마치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속담처럼 내심으로는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003년 8월부터 진행된 ‘6자회담’을 통해 그야말로 천신민고 끝에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汚名)을 떨구어내기는 했지만, 최근까지 행해왔던 3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수백여 차례에 달하는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북한주민들의 인권(人權)을 유린하고 불법무기 거래, 위폐(僞幣) 제작-유통 등으로 점철된 그동안의 행태로 인해 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이 지레 겁을 먹고 검경당국의 김기종에 대한 ‘이적행위 여부 수사’와 결부시키면서 “김기종의 주장처럼 이번 피습사건이 ”키리졸브-독수리합동군사연습에 대한 항거와 울분의 표시”라고 사실을 호도(糊塗)하는가 하면, 김기종이 행한 테러를 “일제의 조선침략에 반대해 ‘이토 히로부미‘를 처형한 안중근 등 반일애국지사와 같은 정의의 칼세례”라 미화(美化)하고 있기까지 하니 “지나가던 소도 웃을 법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까지 북한당국이 외부세계에 표출한 행태는 거의 대부분 건전한 상식과 이성만을 가지고는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마치 ‘정신병자’와 같은 것이었지만 이번 피습사건을 통해 또다시 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김기종이 저지른 테러사건을 마치도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고 성원하고 있다는, 아니 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이들의 의지를 대변(代辯)했다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의 왜곡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우리가 아무리 내부적으로 주요 인물에 대해 철통같은 경호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또 다른 테러가 자행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피부로 절감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당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나타내고 있는 대남관은 미망(迷妄)에 사로잡힌,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몽상가(夢想家)와 같은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인식하는 국민들은 새삼스럽게 북한을 대상으로 하여 “평화협정을 체결, ‘자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주한미군을 철수, 한미FTA를 폐기하고 제주강정해군기지 건설을 중단, 주한미군을 비롯한 방위비분담금 지급 거절,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 국가보안법을 폐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철저하게 이행 등을 실천하자”는 여러 가지 주장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하는 것인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내보인 여러 가지 원칙이나 행태, 이것들은 모두가 북한이 마음을 먹기만 하면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빈 종이장’처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더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제2 제3의 피습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단의 준비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잠언이 새삼 피부로 느껴진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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