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자의 독일 연수와 축구 취재

“말로만 듣던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 치고는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데 광적인 응원 열기는 대단합니다.” 지난 8일 오후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 베를린팀과 볼프스부르크팀 간의 평범한 시합인데도 기자석엔 동양인과 흑인 등 여러 나라 기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양복 상의에 김일성 주석 배지를 단 채 기자석을 오르내리며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외국기자들과 활발하게 영어로 의견을 나누며 취재하는 동양기자 2명이 눈길을 끌었다.

독일 기자들은 북한 기자가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취재하는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관심을 표명했다.

이들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남승일(40), 북한의 3대 중앙일간지이자 내각기관지인 민주조선의 김정철(36) 기자로 두 사람 다 국제부 소속이다. 이들은 직접 관중석 까지 내려가 취재해보니 광적인 응원단 열기가 흥미롭고, 관중들도 나름대로 부추기는 재미는 있을 것 같다“면서 ”남조선에도 붉은 악마 응원단이 유명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 경력 16년 째인 남 기자는 이 경기장이 지난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금메달을 땄던 곳이라는 설명에 ”민족의 긍지를 높이고 일장기를 삭제한 사건의 현장에 오다니 반갑고 감회가 어린다“고 말했다.

기자생활 9년차인 김 기자는 북한에서도 축구가 가장 인기가 높아 10-20원 하는 입장권이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4강에 오른 일은 ‘민족의 자존심을 높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이들의 이날 취재는 보도용이라기 보다 연수과정의 일환이다. 두 사람은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언론연구소(IIJB)에서 열리고 있는 6주 간(4월4일-5월13일)의 외국인 현업 기자 연수 과정에 참가 중이다.

북한은 독일 아데나워 재단과 외무부 지원으로 이뤄지는 이 연수 과정에 지난 2001년 부터 매년 2명 씩 기자들을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연수에 대해 ”견문을 넓히고 매일 일하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면서 ”특히 컴퓨터로 기사를 쓰고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편집하는 과정은 나중에 쓸모가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도브’를 비롯한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낮설고 숙제가 많아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별로 쉴 틈이 없다면서 ”프로그램이 영문으로 돼있어 깜빡 실수로 기존에 작업한 것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일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IIJB 소장인 뤼디거 클라우스 박사는 두 사람이 다른 외국 기자들에 비해 약간나이가 더 많은 데도 모범이 될 정도로 연수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으며, 과제 수행평가도 좋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독일에 대한 인상을 묻자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것 같다“면서 ”영어로 길을 물으면 알아듣고 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 사람도 그렇고 함께 연수하는 외국 기자들도 음식점에서 돈을 따로 계산하고 함께 외출할 때도 싸온 음식을 남에게 권하지 않고 혼자서만 먹는 개인주의 풍습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낯설다”고 말했다.

이미 5주가 지난 독일 생활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물음에 “아무래도 음식이 입맛에 맞지는 않는다”면서 “맥주도 조금 단맛이 나는 룡성맥주나 대동강맥주에 비해 쓴맛이 나는 독일 맥주는 비할 바가 안된다”고 말했다.

직업이 기자인 두 사람은 연합뉴스 특파원에게 독일 도시들을 어느 만큼 자주 출장을 가는 지, 기사는 어떻게 취재해 송고하는 지, 국제뉴스는 어떤 과정으로 통해 보도하는 지 등 남한 동료기자의 일과 일상에 대해서도 궁금한 점들을 캐물었다.

또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통일을 거론하면서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 관리들이 허위사실을 흘리는 것을 미국이나 외국 언론이라면 몰라도 남조선 기자들은 민족의 중차대한 문제에 관한 사실을 정확히 알고 보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베를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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