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관사들이 산으로 간 까닭은?

▲ 전기로 움직이는 북한의 기차

2002년 북한의 7.1경제조치 이후 함경북도 철도기관사들의 90%가 철도운행에 투입되지 못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나머지 10%의 기관사들은 3천원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중국에서 만난 함경북도 회령기관차대 소속 기관사였던 송기철(가명. 38세)씨는 “7.1경제조치 이후 1급 기관사(신임 기관사)들의 월급이 78원에서 1천 7백원으로 인상되었지만, 기관사 90%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들과 산간 뙈기밭 농사로 어렵게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 운행률 10% 미만, 증기기관차는 2004년 모두 폐기

철도 기관사 90%가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는 이유는 전기가 없어 기관차를 운행하지 못하는 것이 근본 원인으로, 최근 2~3년간 북한의 전기난(難) 현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관차대(隊)’는 열차 기관사들의 행정조직 체계로서 철도 분야를 ‘준(準)군사조직’으로 간주하는 북한식 명칭이다. 송씨가 소속돼 있던 ‘회령기관차대’는 함경북도 철도총국에 편제되어 있으며, 기관사와 철도 종사자들의 부양가족까지 포함 800여명이 넘는다.

송씨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의 철도 운행 횟수가 10% 미만으로 줄게 되어, 함경북도 철도총국의 경우 청진 이남 지역은 1일 5-7회, 청진 이북 지역은 1일 2-3회 정도로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며 “식량배급마저 중단되자 회령기관차대에서는 산간 뙈기밭 농사로 먹고 살라며 가족들까지 산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씨와의 일문 일답

-요즘 열차 운행은 몇 회나 하는가?

“함경북도 철도총국을 보면 청진 이남은 비교적 운행이 많다. 객차가 많은 편인데 많을 때는 하루에 10개 정도 운행하기도 한다. 청진 윗쪽 북부지구는 하루에 2~3개정도 운행된다.

-화물차는 어느 정도 운행하는가?

“요즘은 화물차도 드물다. 생산이 제대로 되야 물류가 이동할 것 아닌가? 지금 운행하는 화물차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석탄을 싣거나 중국에서 들여오는 무역품밖에 없다. 가끔 식량이 들어오기도 한다. 대부분 간부들이 먹고 살기 위해 들여오는 장사 물품이 많다. 가전제품, 천(옷감), 사탕과자, 옷 등이 있다.”

-전기사정이 어려우면 증기기관차라도 운행할 수 있지 않나?

“증기기관차는 2004년에 완전히 폐기했다. ‘고철’로 중국에 모두 팔았다고 들었다. 석탄이 없어서 못 달린다”

기관사들, 산에서 밭 개간

-국가 기념일이나 명절에 열차 증편이 없나?

“김일성 주석이 죽기 전에는 설, 추석 때에 증편했는데, 요즘에는 아예 없다. 정해진 시간에 운행도 못하는데 무슨 ‘증편’이 있겠나?”

-요즘 철도 기관사 임금은?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하면서 임금을 20배 이상 올렸다. 처음 기관차를 타면 1급(초급), 가장 높으면 5급인데, 1급 기관사의 월급을 78원에서 1천700원으로 올렸다. 지금 5급 기관사 월급이 3000원 정도된다. ‘회령기관차대’에서 실제 월급받는 사람은 운행에 투입되는 몇 사람뿐이다. 증기기관차를 몰던 기관사나 역무원들은 아예 월급을 주지 않는다. ”

-그럼, 철도 종사자들은 어떻게 먹고 사나?

“전기 사정 때문에 열차가 운행하지 못하니까 일거리가 없다. 그래도 매일 출근하라고 한다. 직장책임자가 출근을 확인한다. 출근해서 농장에 파견 나가 퇴비 만드는 일도 하고, 봄이 되면 모두 산으로 보낸다. 가족들까지 동원되어 산에 가서 밭을 개간한다. 옥수수와 콩을 심는다. 여기에 ‘외화벌이’라며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에게 장사를 권유해서 세금처럼 돈을 걷기도 한다”

-산에서 농사 지은 수확물은 어떻게 분배하나?

“농사를 짓는 것부터 분배하는 것까지 모두 기관차대에서 자체적으로 알아서 한다. 가족 수, 일한 날짜 등을 계산해서 나눠준다. 그러나 수확을 해봐야 미리 가져다(빌려서) 먹은 것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빼면 손에 쥐는 게 거의 없다”

-수확물에 대해 세금은 있나?

“수확물이라고 해야 철도대 사람들 먹기도 부족하니까 국가가 걷어가는 것은 없다. 그러나 땅이 국가소유니까 땅세를 명목으로 돈을 걷어가는 경우는 있다. 사회안전부에 ‘산림보호원’이라고 있는데, 이제는 보호할 ‘산림’이 없으니까 산림보호원이 땅세를 걷고 다닌다. 땅세는 평당 계산하는데 액수는 많지 않다. 정해진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산림보호원이 나올 때마다 몇 백원씩 줘서 보낸다. 개인이 농사 짓는 것이 아니라 기관차대에서 짓는 것이니까 세금을 많이 걷지 않는다”

-뙈기밭 농사로 굶지 않고 살 수 있나?

“각자 장사를 하거나 자기집 텃밭농사도 있으니 굶지는 않는다. 배불리 먹기는 힘들다. 북한에서는 철도 분야를 ‘군사조직’으로 취급한다. 남자들은 운행이 없어도 무조건 출근시키고, 집안 여자들이 장사해서 생계를 이어간다”

-철도운행에 나서는 사람들은 월급과 식량을 받나?

“하루에 객차, 화물차를 합쳐 평균 2-3번 운행하는데, 열차 한대당 많아 봐야 10명이 나선다. 전체 기관차대에서 운행에 나서는 인원이 30명 전후다. 이 사람들만 식량을 보장해주는데 한 달에 15kg씩 준다. 월급은 받을 때도 있고 못 받을 때도 있다”

“요즘 북한에 법이 어딨나?”

-한 달 식량 15kg으로 어떻게 사나?

“정상적으로 먹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자들이 장마당에서 장사하거나 뙈기밭 농사에 나간다. 15kg의 식량도 국가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철도운행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산에서 농사를 짓거나 외화벌이, 장사를 해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도 열차 운행에 나서는 사람들은 장사하는 사람들을 기관차에 태워주고 뒤로 받는 돈이 있으니까 운행에 못나가는 사람들보다는 낫다”

-그건 불법 아닌가?

“요즘 북한에 법이 어딨나? 물론 검열이 나오거나 단속할 때는 태우지 않는다. 여객칸에는 자리가 정해져 있으니까 못 태우고 기관차에 기관사와 보조기관사 두 사람만 타니까 여유공간이 있다. 여객칸처럼 물품검사나 통행증 검사를 하지 않으니까 기관차에 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관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에는 기관사가 되려는 사람이 아예 없다. 지금 있는 기관사들도 운행 못나가는데 누가 기관사가 되려고 하겠는가?
예전에는 중학교 졸업 후 바로 차를 타는 사람도 있고, 대부분 ‘철도초모훈련소’를 1년 다녀온다. 철도 군사훈련소다. 군대 징병하는 방법으로 초모훈련소로 젊은이들을 징병한다. 1년 졸업하면 견습생으로 기관차를 탄다. 초모훈련소에는 기관차과, 운수과(역무원), 객화차과(객차, 화차 검사), 철길과(철로)가 있다. 나는 기관차과로 가겠다고 자원해서 기관차 쪽으로 배치 받았다”

-초모훈련소를 마치면 현장으로 배치되나?

“그렇다. 처음 배치되면 1급 기관사가 된다. 1급은 견장에 한 줄, 2급은 두 줄, 3급은 세 줄, 4급은 통줄, 5급이 되면 별을 달아준다. 5급부터 정식 단독 기관사가 되고 그 전에는 기관사를 보조하며 견습하는 것이다”

-언제 별을 달고 정식 운전을 해봤나?

“나는 초모훈련소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견습을 하다가 철도대학에 진학했다. 철도대학은 3년이다. 나는 00철도단과대학을 졸업했다. 초모훈련소에서는 기관사 조수 훈련을 받고, 대학을 졸업하면 정식 기관사 훈련을 받는다. 대학을 졸업하면 별을 달아 준다. 철도대학을 졸업하고 5급기관사로 ‘회령기관차대’에 발령받았다”

-철도분야의 행정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나?

“철도는 준군사조직으로 특별 유일지도체계이기 때문에 중앙에서부터 지도체계가 있다. 한 개 관리국이 군을 대표하고, 총국이 도를 대표한다. 철도 총국장은 도당 책임비서급이다. 철도가 급수가 꽤 높다”

-그러면 외국의 원조물품을 받아 본 적도 있나?

“한번도 받아 보지 못했다. 일단 북한에서는 외국 원조를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다. 외국에서 식량이 와도 모두 양정소(糧政所)로 보내진다. 모두 장마당에서 주민들에게 다시 판다. 일반 주민들은 장마당에 돌아다니는 한국, 미국, 일본의 식량자루가 보이니까 외국 원조가 오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지,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지 알지도 못한다”

중국 옌지(延吉) = 김영진 특파원k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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