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복입고 북과 싸운 HID를 기억 하는가?

한국전쟁 당시 첩보부대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활동했던 첩보부대원들의 기록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당시 활동했던 첩보부대원들에 대한 보상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들의 공로와 업적을 비롯한 활약상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My Father’s War’는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첩보부대원들의 삶과 활동을 재조명한 이야기다.



이 책은 HID(Headquarters Intelligence Detachment) 36지구대 제2지대의 첩보부대원이었던 황하용 씨가 당시 첩보부대원들의 활동을 기록해 놓은 원고를 그의 아들 황성 씨가 이어 받아 보충, 편집해 지난 3월 미국에서 출판됐다.



‘My Father’s War’의 저자 황성 씨는 지난 12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께서는 국가유공자로서의 대우와 보상을 바라지 않으셨다”면서 “단지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싸우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전우들의 이야기를 써서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집필을 시작하셨다”고 밝혔다.










▲김동석 HID 36지구대장이 영흥만 도서에 주둔 중이던 HID 2지대 무장 첩보대 지휘선들과 1952년에 찍은 사진 <사진제공 = 황성>

황 씨는 “첩보원들은 그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산다. 전우에 대한 아픔과 첩보원이었기 때문에 세상이 알아주지 않고 기억해주지도 못하는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산다”며 “이렇게 불합리한 점 때문에 아버지께서는 항상 마음 아파 하셨다”고 전했다.



‘My Father’s War’가 세상에 나와 빛을 보기까지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어버지 황하용 씨가 집필해놓은 원고가 있었지만 이 원고를 객관화시키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에 황 씨는 한국전쟁 당시 첩보부대원으로 활동했던 40 ~ 50여명의 참전 생존자들과 지휘계통의 관련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그들의 증언을 모아 정리했다. 시간이 많이 지난 부정확한 증언들이 많았고, 첩보부대원으로서 실행한 공작 내용들이 마구 혼합 되서 나왔다. 황 씨는 이러한 증언들을 미국 문서보관소를 드나들며 직접 확인해보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료를 정리, 객관화 작업을 해냈다.



책의 원고는 2005년 완성됐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색깔이 ‘반공’을 담고 있는 이 책과 맞지 않아 국내 출판사들은 출판을 꺼려했다. 2005년 당시는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도 희미해지고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의 출판물이 지양되던 시기였다.



이에 황 씨는 책의 출판을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당시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은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 없었다”며 “출판사와의 연결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책을 영어로 번역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내 책을 번역하는데 드는 비용만 4만 5천 달러 정도가 필요했다. 막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 씨는 미국에서 한국전쟁 관련 개인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됐다. 더욱 기막힌 것은 그 사람은 한국전쟁당시 첩보부대원으로 활동했던 한국인이었다는 점이다.



황 씨는 “그 분의 성함은 김영식으로 내가 쓴 원고를 받아보시더니 눈물을 흘리며 ‘내 이야기다’라고 말하셨다”며 “그 분은 암투병 중에도 불구하고 ‘내 일생의 마지막 사명이라 생각하고 번역작업을 돕겠다’면서 보수 없이 번역작업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황 씨에 따르면 김영식 씨는 번역 작업을 마친 원고를 황 씨에게 건내 준 2주 후 세상을 떠났다.



인터뷰 말미에 황씨는 “당시 활동했던 분들을 만나보면 조국에 대한 배신감이 매우 크다”며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그들이 행했던 일에 대한 가치와 명예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는 6월 25일을 기념하는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두고두고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고 이 책은 그 때문에 출판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성씨는 현재 ‘My Father’s War’를 한국에 출판하려 국내 출판사를 물색 중에 있으며 한국 전쟁 당시의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또 다른 유격첩보부대에 대한 이야기를 집필 중에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 직후 HID부대 시찰과 함께 강원도에 휴가차 온 사진<사진제공 = 황성>







▲첩보부대원들이 인민군 복장으로 위장 후 단체로 찍은 기념사진<사진제공 = 황성>







▲휴전 이후 휴가를 나와서 찍은 사진. ‘My Father’s War’에는 첩보부대 관련 사진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관련 사진들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사진제공 = 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