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12일)을 통해 자력갱생을 강조한 이후 북한 당국은 이를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에 개최됐던 중대장, 중대 정치지도원대회에서 당국이 군(軍)의 자력갱생을 강조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 노선을 최고인민회의 전부터 염두에 두고 중대장과 중대 정치지도원에게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는 최근 이 대회에 직접 참석한 관계자 A 씨를 만나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에 본지는 공개되지 않은 지시는 없었는지, 실제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다음은 A 씨와의 일문 일답]
– 대회에 참여하고 돌아왔는데, 전반적으로 어떤 느낌이 들었나?
“(당국이) 대회에 참석한 우리를 떠들썩하게 반겨줬다. 분위기로는 뭐라도 줄 것처럼 떠벌렸지만 실상은 알맹이가 없는 잔치였다.”
– 왜 이런 생각을 했나?
“막 강력하게 지시한 건 아니었지만, ‘자력갱생’을 지속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 ‘자력갱생’, 최근 들어 각종 결의대회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인데 중대장 대회에서도 나왔다는 말인가?
“그렇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당국은) 염소도 더 많이 기르고 식량도 기대지 말라 했다. 이제는 자력으로 재배해 살 궁리를 모색하라 했다.”
– 당국이 인민군에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었나?
“돌려서 말하거나 지시한 적은 많았다. 다만 부림짐승(역축) 부업을 직접적으로 챙기라고 한 적은 별로 없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그것도 대회를 통해 말해서 생소하게 들렸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은 다른 참석자들도 ‘당(黨)이 군대를 버리는구나’ ‘당에 돈이 말랐구나’라고 수군거렸다.”
– 중대원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할 때 힘들지 않았나?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중대원)에 말하기 바빴다(곤란했다).”
– 군대에까지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나?
“이미 대회에서 너희끼리 알아서 살라는 말을 들어서 이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때 (김정은 위원장이) 수없이 말한 자력갱생은 새롭지도 않았다. 자력갱생은 고난의 행군(대량 아사 시기) 때부터 했는데 새삼스럽게 또 저런 말을 하니 감흥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지역에 내려와 포치대로 중대원들에게 내용을 전했더니 대부분 크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불만과 불안감을 역력한 모습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혹은 상황이 악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7일부터 오늘(22일)까지 연일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과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2일 ‘자력으로 부흥하는 우리 국가의 위용을 다시한번 힘있게 떨치자’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구호를 더 높이 추켜들자”면서 평안남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양강도, 라선시에서 진행된 결의대회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