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이후 북한 권력 판도가 심상치 않다. 작년 12월 ‘권력 2인자’이자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을 시작으로 소위 ‘최고 존엄’을 받치는 핵심권력의 울렁증이 심해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 숙청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최근 움직임이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전(前)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최룡해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 시대 최고 핵심권력으로 승승장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 권력 내부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은 그 근거로 최룡해가 김일성과 빨치산 투쟁을 함께했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혁명1세대’의 적통으로서 백두혈통인 김정은의 권력을 받치는데 충분한 자격과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권력의 움직임은 예측불허다. 김정은의 즉흥적인 심기만큼이나 변덕스럽다.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는 최룡해의 숙청설(說)도 이런 시각에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룡해의 권력이나 위상, 김정은의 신임 등에 무언가 이상기류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설이 올 초부터 나오더니 결국에는 노동당 비서로 임명돼 서열도 추락해 사실상 좌천 됐음을 확인됐다.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79) 또한 ‘시한부 생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평양에는 김원홍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들이 파다하다. 김정은의 다음 숙청 타깃은 김원홍이며, 이럴 경우 김원홍이 반발해 외국으로 망명할 것이라는 소문을 비롯해 그 내용들이 아주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김원홍이 장성택 잔당들을 추적, 단죄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김원홍이 지난 3월 9일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직전 평양시 서성구역 연못동에 위치한 보위부 청사 안에서 장성택 측근 관료, 장성 등 30여 명을 비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정은으로부터 칭찬을 듣기는커녕 성과가 미흡하다며 심한 욕설과 질책을 받아 단단히 화가 났다고 한다. 


이후 김원홍은 김정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심지어 측근들과의 술자리에서 욕설마저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원홍은 “김정은은 어린애니 신경 쓰지 말라” “이젠 우리 공화국도 좀 바뀌어야 해” 등의 불만의 목소리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보위부의 과장급 간부들조차 김정은이 김원홍 부장보다 보위부에서 잔뼈가 굵은 김창섭 부부장(78)을 더 총애하자 “(김정은을 겨냥해) 나이도 어린 것이 조직을 유치원 운영하듯 제멋대로 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김창섭 부부장도 좌불안석이다. 최근 측근과 함께 한 사석에서 했다는 얘기가 “김정은은 변덕이 심하고 정서가 불안해 나도 언제 숙청당할지 모른다. 빨리 한자리해 먹고 그만두고 싶다”였다고 한다. 


이처럼 밑도 끝도 없는 소문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지만 그 내용과 상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런 소문들이 사실일 경우, 이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중대한 신호다. 김 씨 왕조 결사옹위의 중추인 국가보위부에서 배신의 싹이 자라고 있다면 김정은 시대의 종언은 시간문제다.


또한 국가보위부 내 분위기가 이 정도라면,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김정은 주변의 고위 당정 간부들이 하나같이 ‘숙청 노이로제’에 걸려 전전긍긍하면서 충성심이 엷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아주 변덕스럽고 잔인하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런 추측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상당수 해외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권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대체로 두 가지 측면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하나는 2인자를 두지 않는 김정은의 통치방식에 따라 실세권력의 잦은 교체과정에서 ‘항명’ 내지 전격적인 ‘군사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김정은 권력의 촉수인 김원홍이 장성택처럼 맥없이 무너질 만큼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최후에는 쿠데타도 마다하지 않을 강성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양을 지키는 수도권 정예부대만으로도 김정은 축출과 권력 장악이 가능함을 김원홍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위부 내 도청담당 부서인 미행도청국을 통해 반혁명세력을 감시한다는 미명 아래 김정은은 물론 부인 리설주, 형 김정철 등 이른바 백투혈통의 통화내용도 도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상 상황에 대비, 망명까지도 유념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독재 권력의 멸망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조그만 틈이라도 생기면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역사가 이를 증언한다. 현대사만 보더라도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이 그랬고 루마니아가 그랬다. 북한 독재 권력인 김 씨 왕조가 집권한 지 60여 년, 권력 순환 사이클의 한 주기를 꽉 채우고 있는 느낌이다.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였던 진(秦)나라도 2대 황제 호해(胡亥)가 최측근이자 간신인 조고(趙高)에게 시해되면서 건국 15년 만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측근은 김정은에게도 치명적 화근이 될 수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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