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구제역 살처분 ‘제로’…”확산 방치 가능성 커”

북한은 최근 구제역 피해상황을 국제구제수역사무국(OIE)에 보고했지만, 발병 의심사례나 발병가축에 대해선 살처분(destroyed)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발병당시 살처분을 통해 구제역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평양,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등 전국 48곳에서 발생했음에도 살처분 등 확산예방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자체 개발한 예방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북한 전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돼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구제역 발생지역 48곳 중 15곳이 평양시 행정구역 내에 몰려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구제역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평양에 대한 출입통제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내부 소식통들은 구제역 발병 소식에 대해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 당국의 철저한 ‘함구’로 정보가 차단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다 발생지인 평양과 여타 발병지역에 대한 출입통제로 다른 지역 주민들이 구제역 발병 소식을 접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구제역 발병사실을 알리고, 축산농장 방문을 통제하는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2007년 예방차원 ‘살처분’…2011년 살처분은 ‘0’


2007년 북한이 살처분 등 확산 방지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은 OIE측에 제출한 2008년 2월 최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보고서는 소, 돼지 등 가축을 종류별로 구분하지 않고, 의심사례와 감염사례 두 종류로 나눠 보고했다. 당시 의심사례 2,630마리 모두 살처분했는데, 감염은 없었다고 보고했고, 감염 의심사례 466마리 중 431마리가 실제 감염으로 466마리 모두 살처분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에서는 돼지의 경우 의심사례 1만7,522마리 중 9,959마리가 감염됐고 이중 8,640마리가 죽었다고 밝혔다. 소의 경우는 의심사례가 1,403마리 중 500마리가 감염돼 15마리가 죽었다고 돼있다.


돼지의 경우 감염된 것은 거의가 폐사됐고 살처분은 돼지, 소 모두 ‘0’ 이다. 예방적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해 감염에 의한 폐사가 ‘0’이었던 2007년의 경우와는 정반대다.


이는 우선 초기 대응을 잘 하지 못해 일부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집단 폐사했을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발병 직후 모든 가축에 대한 백신을 투여했지만 항체가 생기지 않은 가축들이 폐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 당국 보고 책임자가 보고양식을 잘 알지 못한 행정적 착오일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폐사(Death), 살처분(destroyed) 항목을 잘못 기입한 형태다. 그러나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북한 돼지 사육은 271만8천 마리, 소는 57만6천 마리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보고는 감염률이 고작 돼지는 0.3%이고 소는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된 소 500마리 중 폐사한 15마리 외에 나머지 485마리는 살처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백신주사를 맞췄다는 이유로 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구제역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소 있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의 OIE 보고가 살처분이 없다는 것에 대해 “구제역으로 가축이 폐사됐다는 것은 그 사이 감염이 엄청나게 확산됐다는 점이 의심된다. 북한이 보고한 감염 개체수가 적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부원장은 “북한 당국이 감염된 소와 돼지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살처분하지 않았다면 큰 일이다. 확산이 얼마나 됐는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중부와 서부지역에서 발견된 구제역이 자강도, 양강도, 함경도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북한 구제역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원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OIE가 북한 당국과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이 공동 운영하는 북미 구제역 백신은행도 북한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최근 해외 주재 대사관과 외교공관을 대상으로 외국 정부에 식량원조를 요청할 정도로 식량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북한 구제역 확산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