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 개성공단을 전면 동결하고 우리 측 근로자를 전원 추방하겠다고 급작스럽게 통보하면서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모두 포기한 채 빈손으로 쫓겨나다시피 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뒤집어쓰게 된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주업체 관계자들이 미처 챙겨 나오지 못한 자재만 환산하더라도 그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우리 측 설비 투자비용만 1조 원이 넘는데다, 입주 기업의 신뢰도 하락과 2차 협력업체의 줄도산 등 유·무형 피해까지 합산하면 피해액은 2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손실액의 90% 한도, 최대 70억 원까지 보상해주는 남북경협보험이 있지만, 미리 신고한 시설투자액만 적용 대상인 데다 가입률이 60%선에 불과해 미 가입 업체는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개성공단의 의류업체 A사 대표는 12일 데일리NK에 “개성공단 중단과 급작스런 철수로 인한 피해액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서 있을 뿐”이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그는 “당장 철수한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을 믿고 발주한 많은 거래처들도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2차 피해 또한 막심하다”면서 “이는 기업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추후 거래처 단절 등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전 참여한 비상총회에서 정부가 대출금 상환 유예, 지방세 납부 유예 등의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3년 전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2013년보다 악화된 이번 개성 공단 사태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한층 더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식품업체 B사 관계자는 “2013년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정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한 푼의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특히 남북경협보험에 대해 “보험료를 아끼느라 보험에 들지 못한 영세업체들과 공단에 있는 자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가입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면서 “남북경협보험 또한 실질적인 보상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입주기업들 중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기업이 상당한데, 이들의 손실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원자재와 완제품은 우리 기업체의 재산이 아니라 거래처 사람들의 것”이라면서 “북측이 설비까지는 아니더라도 거래처와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 물품들만이라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입주 제약업체 C사 대표는 “우리 정부가 발 빠르게 실효적인 대책에 나서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경제적 타격뿐만 아니라 신용하락으로 인해 도산이 불가피하다”면서 “최소한의 생산이라도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입주 기업 대표들은 “어렵게 기업을 일궈왔는데 이를 송두리째 잃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특히 당장 이달부터 부도 기업이 나올 것을 우려하면서 “124개 입주기업과 5000여 협력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상 대책 강구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