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가을걷이를 앞두고 철저한 곡물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수확이나 분배 과정에서 곡물을 빼돌리는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역 단위별로 정치교양사업을 지속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데일리NK는 최근 양강도당에서 하부 기관에 배포한 정치사업자료를 입수했다. ‘우리당의 숭고한 사랑이 깃든 량곡(양곡)취급사업을 보다 책임적으로 하자’라는 제목의 정치사업자료에는 관련 사업을 맡은 관리자들이 물량을 도난당하거나 유실하는 등의 관리 소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자료는 지난 7월 초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한 식량 공급이 이뤄진 직후인 같은 달 말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당국은 지난 6월 중순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발언한 후 국가식량판매소를 통해 시장 가격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쌀과 옥수수 등을 판매했으며, 평양 및 전국 주요 기업소 근로자들에게 배급을 실시했다.
본지가 입수한 정치사업자료 서두에는 “당과 국가에서는 당면한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나라사정이 그처럼 어려운 조건에서도 많은 량곡을 풀어 인민들에게 공급할 데 대한 중대조치를 취하였다”며 식량난을 인정하는 문구도 담겨 있었다.
이는 정치사업자료가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교육 자료이고, 곡물 관리자들에게 위기 의식을 주입하기 위한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해당 자료는 “당의 사랑이 어려있는 량곡취급사업을 맡은 일부 일군(일꾼)들과 근로자들 속에서 량곡을 비법 처리하거나 도난, 류실(유실)당하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인 현상들이 사소하게나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풍서군에서 양곡 수송을 맡은 일꾼이 100여 kg의 곡물을 불법 탈취하다가 적발된 사건과 혜산시에서 량곡 수송 도중 250kg의 곡물이 도난당한 사건을 예를 들어 기술했다.
이에 대해 “이런 행위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적이든 당의 존엄 높은 영상에 먹칠을 하고 당과 대중을 갈라놓는 반당적, 반인민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자료에는 곡물 관리 소홀 및 이와 관련한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엄포도 포함됐다.
해당 자료는 “모든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서로가 도와주고 통제하며 눈을 밝혀 신고하는 대중적인 투쟁 분위기를 세워야 한다”며 “량곡취급사업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현상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설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엄중한 행위로 보고 전시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량곡취급사업을 보다 책임적으로 해나가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은 앞으로 곡물 배급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식량 소실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상호간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국가기관의 단속과 처벌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7월 중순경에도 ‘량곡(양곡) 판매와 관련한 당(黨)과 국가의 조치를 고맙게 여기고 서로 돕고 이끄는 집단주의 기풍을 높이 발휘하자’라는 제목의 주민학습 자료를 배포해 주민들의 입단속에 나선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단독] 북한 “쌀 공급에도 불만 표출은 배은망덕한 태도”)
이 학습자료가 주민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국가 식량판매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목적이었다면 이번에 입수된 정치학습자료는 곡물 관리를 담당하는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불법탈취, 도난 등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 당국은 수확철이 다가오자 연일 “알곡 소출이 감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뜨거운 열정을 다 바쳐 올해 농사를 빛나게 결속하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대미문의 혹독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 당 대회가 펼친 사회주의 건설의 새 승리를 향해 줄기차게 내달려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쌀은 더 없이 귀중한 밑천”이라면서 “예상 수확고보다 실수확고가 감소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가을걷이 적기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