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이 19, 20일 이틀간 중국 선양에서 적십자 실무회담과 정부 간 비공식 협의를 통해 ‘정부 간 공식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회담 일정을 비롯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것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미국에 대화 메시지를 보냈지만, 미국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일본으로 ‘유턴’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경제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북측 수석대표인 리호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서기장은 20일 회담을 마친 뒤 취재진에 “오늘 회담은 양국 정부의 여러 관리 성원들이 참가해 지난번보다 확대된 회담”이라며 “일본인 유골 문제의 절박성을 인식한 쌍방의 노력에 의해 회담이 다시 열린 만큼 성과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사카 오사무(田坂治) 일본적십자사 국제부장 역시 “지난번 회담보다 발전적인 내용이 있었고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회담 분위기가 매우 좋았고 상대방(북한 측)의 성의를 느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지난 3일에 이어 16일만에 같은 장소에서 재개된 이번 실무회담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주 의제는 북한 내 일본인 유골 반환 문제다. 하지만 북한의 속내는 일본과의 지속적인 회담을 통해 아베 정부의 숙원인 납치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며 일본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 경제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북한이 지난 10∼14일 몽골에서 일본인 납치자 요코다 메구미 씨의 부모와, 요코타 씨가 북한에서 낳은 딸 김은경(26) 씨 간의 첫 상봉을 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 대북전문가는 데일리NK에 “유골반환 문제는 표면적일 뿐 북한이 납치자 문제를 비공개 접촉에서 꺼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본과의 회담은 경제적인 효과를 노린 것으로 일본 정부의 투자를 받아 경제회복을 꾀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사일을 쏘는 등 자신들의 행동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 일본에 접근해 관심을 끌어 외교적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생각한다”면서 “일본과의 협상을 목적으로 한다면 적당한 제스처로는 끝나지 않고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