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는 무계획의 명령경제”

“북한경제를 계획경제라 규정하고 오늘날 북한경제의 쇠퇴를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에 그 원인이 있는 것처럼 교과서는 쓰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李榮薰.53)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렇지만 북한은 엄밀히 말해 사회주의적 계획경제가 아니다.

그에 관한 최신의 국제적 연구를 참고하면 북한은 수령의 현장지도가 대표하는 ’무계획의 명령경제’였다. 이처럼 현행 사회과 교과서는 북한의 실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남북통일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낙관하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남한의 한 사회과 교과서)에 따르면 북한의 계획경제는 1970년대까지 8% 내외의 성장을 보이다가 이후에도 2-3%의 성장세를 유지하였으나 1990년대부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소개하고 있다.”

자세한 수치는 모르지만 이 교과서뿐 아니라, 현재 우리의 통념 또한 이런 교과서 기술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북한이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력이나 경제성장에서 남한을 앞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이 교수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필자는 이러한 성장률 수치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 근거가 엄격히 물어진 적이 없고, 그럼에도 연구자들이 무책임하게 서로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막연하기 짝이 없는 수치를 교과서에 그대로 옮겨도 좋은지는 참으로 의문이다.”

대신 북한에서는 “애당초 계획경제의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 교수는 그 근거로 “계획경제는 불가피하게 계획을 입안하는 경제관료에 의한 수령 권력의 제약을 의미하지만 북한의 수령은 그것을 원치 않았으며, 그는 그가 통제할 필요가 있는 전략적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하부에서 자체 해결하도록 하는 독특한 ’명령경제체제’를 만들어 냈을 뿐이다”고 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이 교수는 “전근대적 공납체제와 긴밀히 결합된 무계획 명령경제가 자율적인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것은 어느 마음씨 좋은 후원자가 비용을 듬뿍 부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는 말로 통일론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한다.

지난 1월25일 1차 학술대회에 이어 29일 오후 2시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에서 개최되는 ’교과서포럼’ 주최 제1차 학술대회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그려진 현대 한국 경제와 사회’에서 주최측이 미리 배포한 이 교수 발제문은 이렇게 끝맺고 있다.

여기서 이 교수는 현행 고교 사회과 교과서 8종 중 경제 관련 서술만을 분석한 결과 “당초 생각한 것보다 기대 이상의 (높은) 수준”임을 전제하면서도 그것이 지닌 문제점도 적지 않음을 거론한다.

예컨대 교과서들은 한국경제가 ▲저임금에 기초한 성장론 ▲대기업 중심 성장론 ▲농촌경제 희생론 ▲지나친 소득격차론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론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런 견해는 잘못된 통계수치나 막연한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1960년대 이래 지금까지 임금의 증가율과 노동의 한계생산성 증가율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수준이었으며, 한국 농업은 외려 지나친 보호를 받는 바람에 가격 상승률이 공업제품을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교과서는 정부가 경제에 개입함으로써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1960년대초 당시에는 그 기능이 왜곡당할 만한 자본시장 자체가 한국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