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완전폐쇄 先手 택할까?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권고로 우리 측 인원 126명이 27일 귀환함에 따라 이번 주가 완전폐쇄 여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면 정부의 단전(斷電), 단수(斷水)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26명의 귀환으로 공단의 가동은 이제 완전히 중단됐다. 이어 29일에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들과 한전·KT 등 관계 기관 인력 50명까지 돌아오면 사실상 공단 폐쇄 모양새로 사태는 흘러간다.


정부 관계자들은 공단 인력 귀환조치가 식량부족 등 인도적 차원의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식으로 계속 북한에 끌려갈 수 없다’는 인식 속에 내려진 ‘자구책’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완전 폐쇄’의 선수(先手)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통일부 역시 당장의 단전 단수 조치 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 역시 공단 인원 귀환과 관련, 대남비방을 유지하면서도 추가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보류하고 있다. 북한의 개성공단 실무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은 2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민족공동의 협력사업으로 유일하게 남은 개성공업지구마저 대결정책의 제물로 만들 심산이 아닌지 우리는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단의 완전 폐쇄”라는 정치적 선언과 실질적 조치에 대해 누가 먼저 선수를 두느냐를 놓고 당분간 남북 간 힘겨루기와 해법찾기가 동시에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공단 문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대남 위협 및 대화거부, 공단 인원에 대한 식량 의료지원 차단 등이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완전폐쇄’라는 결론 앞에서는 남북 모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통치에 필요한 현금수입 감소 및 한국 내 대북여론 악화라는 불이익을 피할 수 없게 되며, 우리 정부는 북한발 안보위기 심화 및 대북정책 전면 재조정이라는 거대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일단 북한 당국은 북측 노동자의 임금으로 지급되는 연간 8600만 달러 (945억 원)의 현금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아울러 ‘남한’과 접촉해 본 5만 4000명의 중산층 주민과 관련 간부들을 사상적으로 재교육해서 북한 체제에 편입시키는 문제 역시 만만치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측의 피해 추정액은 천문학적인 규모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공단 내 우리 기업 123개 회사의 투자 총액이 9495억 원, 정부와 공공부문 투자가 3900억 원이다. 도로·상하수도·정배수장·변전소·북한 노동자들의 출퇴근용 통근버스 276대 등도 모두 우리 자산이다.


여기에 원·부자재와 완제품 등을 반출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가 5000억 원, 가동 중단으로 납품하지 못해 발생한 매출 손실 및 거래상 배상청구(클레임)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가 5000억 원 등, 당장 피해액만 총 2조 원 규모이다. 이후에 입주기업에 대한 보상과 원자재를 납품하는 5000여 개 협력업체의 간접 피해액이 계산하면 총 피해액은 10조 원이 넘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치다.


궁극적으로는 비용으로 추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가 훼손되는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선 기업들과 국민들에게 남겨진 남북교류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학습효과가 향후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추정하기 어렵다. 통일부 등 유관부처의 정책기획 및 추진 책임에 대한 정치적 공방과 남남갈등이 가져올 사회혼란도 만만치 않다.    
 
일단 북한은 ‘아쉬울 게 없다’는 태도로 대남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은 우리 측의 피해 추정액수를 고려한 듯, “개성공업지구가 폐쇄되면 막대한 손해와 피해를 볼 것은 남측이며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성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이 지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북한이 남측인원 전원철수 조치를 향후 공단 완전폐쇄의 핑곗거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행보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에게 피살되면서 시작됐던 금강산관광 중단 과정과 일치한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관광객 신변보장 등 3대 조건 약속’을 요구하자 북한은 2010년부터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자산 동결·몰수하고, 현대아산의 개발 독점권 회수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금강산 광광지구 내 남측 재산을 차근차근 접수해 갔다. 지난해 부터는 중국 관광업체와 손을 잡고 불법적인 ‘금강산 국제관광’을 시작해, 위안화 벌이에 나서고 있다. 금강산호텔, 온정각 등 우리 측 시설 뿐 아니라 현대아산 등이 남겨놓은 차량과 호텔 비품 등 물자 모두 북한 차지로 끝났다. 


따라서 북한이 금강산 관광 사례처럼 개성공단 합의사항 전면 무효화를 선언하거나 우리 측 재산 몰수에 나설 경우 정부의 단전 단수 선택은 불가피한 조치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공단은 전면폐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북한이 공단 내 우리 측 재산을 전면 몰수해 자체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자체로 전력 및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지난 10년간 확보한 공단 운영의 노하우와 우리 기업에게 배운 기계 작동 기술을 바탕으로 금강산 관광처럼 독자생산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전력 수급 능력이나 용수 확보 수준이 우리 측 설비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이런식으로 개성공단 10년의 역사를 뒤엎어 버리면 향후 중국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의 투자나 합영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을 평양 지도부가 놓칠 리 없다는 정치적 분석은 ‘일말의 희망’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3개월간 북한 당국이 보여준 대남도발 행보를 복기해보면, ‘김정은 정권은 과연 합리적인 사고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문제 제기에 대한 뚜렷한 답을 찾기 어려운 점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