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회주의 도덕기풍을 앞세우는 일환으로 여성들의 공중 예절과 문명에 걸맞는 행동을 강조하고 나섰다고 내부 소식통이 30일 전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당국이 (조선사회주의)여맹위원회를 통해 하달된 강연제강(교양 문건)에서 여성들의 사회주의 도덕성 확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생활 속에서 자본주의적 병폐를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강연제강의 제목이 ‘여맹원들의 사회 공중도덕을 자각적으로 지킬 데 대하여’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문명사회’를 강조하는 분위기와 관련이 있으며, 결국 ‘사회주의 도덕이 해이해지고 정진적으로 병들면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지킬 수 없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이 전한 제강내용은 “여성들이 아무리 용모가 아름답고 지식수준이 높다고 해도 사회 공중장소에서 앉을 자리 설 자리를 모르고 자기 안일만을 앞세운다면 문명하지 못한 행동”이라면서 “도덕적으로 저열한 군대가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는 것처럼 도덕이 결핍된 사회는 취약해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들어 주민 생활에서 공중도덕과 예절 준수, 질서지키기를 강조하면서 여성들의 외모 꾸미기와 머리단장에서 비문화적 이색풍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강연이나 매체를 통해 여성들의 외모 단장을 비판하면서도 실질적인 단속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연제강은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개인주의와 외모 중심주의가 확산되자 과거처럼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당의 과업을 다하는 사회주의 여성상을 내세워 체제 누수를 막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한편으로는 시장의 확대로 과거 사회주의적 관습이나 도덕이 약화되자 소위 문명 발전이라는 접근을 통해 사회생활의 예절과 공중도덕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이 전한 강연제강은 ‘사회에 도덕 기강을 세우기 위한 사상강조는 사회주의 문명건설을 다그쳐나가는 것은 현시기 사회주의 본태를 고수하고 혁명대오의 일심단결을 반석같이 다지기 위한 중요한 요구’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5월 노동신문 사설에서도 부르조아 사상과 생활약식을 ‘잡사상’이나 ‘잡귀신’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강연제강은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비도덕적 행태를 언급하면서 이런 행위들은 자본주의 사상문화를 유포시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연제강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북한 여성들의 여맹 모임 불출석, 음주와 흡연, 간부에 대한 항의나 욕설 등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내부 주민들은 전하고 있다.
소식통은 “당국이 1990년대 이후 여성이 시장활동의 주체가 되면서 여성에 대해 사상적 된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사회나 가정에서 여성을 통제하면 남성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