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감독 “원수님 배려와 사랑으로 좋은 성과”

2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동아시안컵 축구선수권대회 여자부 한국과 북한 경기에서 한국이 북한에 1-2로 역전패했다. 한국은 전반 김수연의 선취골로 1-0으로 앞섰지만 북한 허은별에게 연속으로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했다.


남북 선수들은 이날 페어플레이로 훈훈한 경기를 연출했다.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가도 상대가 넘어지면 달려가 근육을 풀어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북한 선수들은 이날 경기 종료 후 자신들을 응원하러 온 조총련 응원단은 물론 한국 응원단에게도 인사를 했다.


승리의 주역으로 꼽히는 허은별 선수도 경기가 끝난 후에도 TV 생중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우리 민족의 단합된 힘을 봤다. 동포들 앞에서 힘이 솟았다”면서 “앞으로 (남측과) 경험을 교환하면서 함께 월드컵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말했다. 


그러나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소 경직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협회 측은 “축구와 관련 없는 정치·국가 관련 질문은 받지 않겠다”면서 ‘북한’ 대신 ‘북측’이란 표현도 당부했다. 북한 선수들은 내내 ‘관리원’으로 보이는 여자경호원에게 둘러싸여 취재진의 접근이 불가능했고 공식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광민 북한 감독도 취재진의 질문에 딱딱한 말투로 답변했다. 김 감독은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께서 여자 축구에 돌려주신 사랑과 배려가 대단히 크다”면서 “그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해서 앞으로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상 조국을 위한 마음으로 높은 정신력을 발휘해서 마지막까지 경기를 해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면서 “남은 2경기에서도 항상 모든 선수들이 경기를 꼭 이겨 원수님께 큰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경기가 종료되고 불과 1시간도 안 된 이날 오후 9시경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한국을 꺾고 승리한 소식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