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각 도(道)에 외자 유치를 위한 경제개발특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북한 관계자가 공식 확인했다. 이는 최근 북한 김정은이 9개도 경제일꾼들에게 도 내 2개의 도시를 후보지로 선정해 라선 특구와 유사한 개방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데일리NK’ 보도와 일맥상통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16일자 평양발 보도에 따르면 조선경제개발협회 책임자 윤영석은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에서 열린 ‘특수경제지대(경제특구) 개발 평양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우리는 모든 도에 경제개발구 설치와 외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경제개발협회는 경제특구 개발을 위해 북한이 설립한 민간단체다.
그는 “지난 3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외무역의 다원화·다양화 실현, 관광 활성화를 위한 관광구 설치, 도마다 현지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 설치를 결정했다”면서 “현재 각 도는 계획에 따라 개발구 설치 준비와 외자 유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선경제특구,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금강산국제관광특구, 각 도의 경제개발구 발전은 우리나라의 일관된 정책”이라며 “우리는 세계 각국 정부, 민간기업·단체와의 교류와 접촉, 이해 증진에 노력하고 경제, 무역, 과학기술 교류 확대를 위해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수단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일리NK는 지난 1일 최근 북한 경제일꾼들이 2개 도시 선정과 관련된 계획을 세우고 있고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가능하도록 법·제도 정비 및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이번에 추진 중인 각 도 2개 도시 개방은 개성공단과 유사, 외국 기업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해 북한 지역에 공장이 건설되면 북한 주민들이 노동자로 참여한다. 여기서 외국 기업은 기업 경영과 생산관리를 담당하고 주민들에 대한 노무 관리는 북한 간부들이 진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투자 유치 기업에서 발생하는 이윤은 기본적으로 50대 50으로 나누지만 외국 기업과 북한 간 계약에 따라 외국 기업이 노동자 임금을 비롯해 토지 사용료 등만 지불할 수도 있다.
북한도 경제개발특구에 대해 “외국 법인, 개인, 경제조직, 재외동포가 기업, 지사, 사무소를 설립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으며 정부가 이들 투자자에게 토지 이용, 인력 채용, 세제 분야의 혜택을 보장한다”고 밝혀, 데일리NK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16일 발표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북한이 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한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했다. 국가경제개발총국은 북한이 2011년 국가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로 이 경제개발특구 사업을 관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성격을 볼 때 북한이 경제개발을 위해 국가기구를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번의 조치들은 실제 개혁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윤 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의 거센 압박과 미국 등 외부세계와 관계개선이 필요한 현재 상황에서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실제 개혁 의지가 있더라도 북한은 체제 위협을 느끼면 예전과 같이 경제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번에 설립된 민간단체를 통해 외국 기업들과 관련 전문가들에게 특구 설립의 의지를 강조하면서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국가경제개발위원회 기능에 대해 분명히 밝히지 않고 경제특구개발의 주체를 ‘민간’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번 특구개발이 과거와 같이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연구위원은 “북한에는 ‘민간’이라는 의미도 전혀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체제로 현재 상황에서 국가차원의 투자유치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민간을 내세운 것”이라면서 “김정은 정권이 경제개발을 강화하는 것처럼 주도하다가 상황이 나빠지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회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