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韓美 동시 압박…”북, 제대로 상황인식 못해”

북한이 5일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와 억류 중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 문제를 동시에 거론하고 나왔다. 오는 7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모양새로 한미의 양보를 종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조건에 대해 “우리에 대한 적대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먼저 중지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는 개성공단에서 우리 측 인원이 전원 철수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반응으로 남측의 대북정책 전환이 선행돼야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더불어 지난 3일 개성공단 실무협의에서 우리 측이 요구한 판문점과 군통신선 재개 요구에 당분간 응할 뜻이 없음을 밝혀 현재의 ‘대화중단’ 상황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서도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를 꺼내 압박하고 나왔다. 대변인은 “미국의 일부 언론들이 우리가 배준호 문제를 그 어떤 정치적 흥정물로 써먹으려 한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억측”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우리는 배준호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그 누구도 초청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배 씨에 대해 ‘노동교화형 15년’이란 중형을 선고한 것은 그만큼 미북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속내라는 평가였다. 이날 외무성 대변인 입장은 미 행정부가 억류자 문제 해결에 대북특사 등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것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미 모두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반발과 압박이 국면 전환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귀환 결정’을 내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도 “서로의 합의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에서 이제 세계 어느 누가 북한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을 정치적인 문제와 연계하고 있는 북한 태도의 변화가 없는 한 개성공단 사태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남북관계에서 정치적인 문제와 경협 문제는 분리해 접근해나간다는 방침으로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보이면 언제든지 남북 교류·협력은 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역시 배 씨에 대해 즉각적인 사면과 석방을 촉구하고 있지만, 특사를 파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자국민의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배 씨 석방을 위해 과거 두 명의 여기자와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 석방 때와 같은 거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이 이처럼 개성공단과 억류자 문제를 동시에 거론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국면전환의 필요성과 함께 유리한 국면에서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야 한다는 다급한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북한의 전략이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에 “(북한이) 기존의 방식(위협과 협박)을 고수하고 있는데, 한미 양국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대남·대미에) 엄포와 협박을 하고 있지만,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전혀 없고 허점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북한의 주장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