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 당국이 겨울철 피복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주민들에게 의류를 바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8일부터 무산군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민군대 지원사업이 시작됐다”면서 “여기에서 정부는 세대별로 동(冬)바지와 두터운 내의 한 벌씩 바치라고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입는 옷 중에 가장 질이 좋은 걸 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면서 “겨울철이면 음식과 양말 등 각종 인민군지원 사업을 진행하는데, 올해처럼 대용 피복을 내라고 강요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매년 11월이면 군인들에게 동피복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원래 군복에 천을 덧대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피복이나 신발 공장에서 나오는 자투리천을 분쇄기에 돌려 인위적으로 솜처럼 부풀려서 옷에 넣는 웃지 못할 상황도 전개되곤 했다. 이런 솜을 넣은 동피복은 한 번 빨면 바로 한곳으로 뭉치기 때문에 일명 ‘똥솜’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피복 천 수입 자체가 여의치 않았고, 이에 동피복을 제대로 제작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군대에 동피복을 공급하지 못한 군이 미달량을 주민들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군인들에게 생필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려 수많은 청년군인들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지금의 상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론 고난의 행군시기 보다 더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가장 좋은 동복 상납’ 지시에 주민들은 황당하는 반응이다.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로 주민들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형편에서 새해에도 새 옷을 못 입고 명절을 보낸 사람들이 많다”면서 “생계를 이어가기도 어려운 시국에 군대에 보낼 겨울철 내의를 내라고 하면 어디서 그 옷을 얻어 오겠는가’ 어처구니 없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10대, 20대의 어린 병사들은 지원해주고 싶지만 휘황찬란하게 사는 간부들을 보면 가장 싼 옷도 보태주기 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소식통은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