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싱크대 구비 여부가 주택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시장화 진전으로 인해 여성들의 지위가 상승하면서 주방문화가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주택 가격에서 주방 구조가 중요한 요소로 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가시대(싱크대)가 어떤 제품인지를 눈여겨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가시대가 8·3제품 혹은 수입제에 따라 주택 가격이 차이 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8·3제품이란 기관 기업소 협동단체와 가내작업반, 부업반 등에서 유휴자재와 폐기, 폐설물, 부산물을 이용하여 만든 것으로 국가계획상에 없는 상품을 말한다. 때문에 주민들은 이런 제품을 ‘짝퉁’ 혹은 ‘질이 떨어지는 제품’이라고 여긴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간부와 돈주(신흥부유층)들은 전통적 주방문화에서 탈피한 지 오래됐다. 이미 국내산이 아닌 외국산 싱크대를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최근에는 지방에서 살고 있는 일반 주민들도 집을 둘러볼 때 주방을 먼저 살펴본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택을 구매할 때 가시대가 설치됐는지, 그리고 생산지와 품질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은 나무로 만든 가시장을 부엌에 놓고 그릇에 물을 담아 설거지했지만, 이것도 옛날일이 됐다”면서 “외국식 부엌이 유행하면서 지금은 하루벌이 주민들도 돈을 모아 주방을 먼저 꾸미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간부나 돈주들은 고가인 한국산을, 일반 주민들은 도금한 중국산 가시대를 구매하고 있다”며 “현재 종합시장 매대에서 가시대는 10~20달러로 거래되고, 비싼 것은 100달러 정도 한다”고 전했다. 또한 고급 아파트에는 1000달러 이상의 제품을 설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주택설계와 건설 계획 및 배정까지 직접 관할, 주택구조와 주방문화 역시 당국의 주도하에 구축됐었다. 하지만 2000년대 개인 부동산 시장이 암묵적으로 허용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났고, 개인 부동산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내부 장식에도 외국산이 차츰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소식통은 “개인 부동산업자들은 방 구조보다 먼저 주방 가시대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주택구매자 대부분이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여성들이기 때문에 편하고 세련된 부엌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