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新경제조치 ‘종잣돈’ 없어 시범사업만?

북한이 ‘신(新) 경제조치’ 시행에 앞서 시범사업을 장기간 실시하고 있는 것은 지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때 겪었던 혼란을 피하겠다는 당국의 고민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7·1조치 당시 북한은 2001년 10월 김정일이 당 경제일꾼들과의 담화에서 내놓은 방침을 9개월여 만에 조속히 시행했다. 경제조치가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탓에 자본주의적 요소가 확산, 통제 불능 직전 상태로까지 전개돼 결국 시행 3년여 만에 중단됐다.


‘6·28방침’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신 경제조치 역시 지난해 4월 당 중앙위 책임일꾼들과의 담화에서 나온 방침으로 당초 10월 1일 시행이 준비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 역시 자율권 확대와 인센티브 적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북한 당국은 7·1조치 경과를 답습할 가능성에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7·1조치에서도 경험했듯 자율권 확대는 자본주의적 요소 확산, 신흥 부유층 등장 등으로 이어진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보안기관 등을 찾아 ‘황색바람 차단’을 지시할 만큼 내부 자본주의적 요소 확산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내각 관계자가 지난 10일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내각은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수시로 알아본데 기초하여 미리 막아낼 것은 막아내고 풀어줄 것은 풀어주며 필요한 대책을 세워주고 있다”고 밝힌 대목도, 체제의 위협적 요인을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정상화와 국가통제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으려는 게 북한 당국의 고민임을 짐작케 한다.


내각 관계자가 “경제관리방법을 개선하는데서 우리가 견지하는 것은 첫째로 사회주의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며 둘째로 국가의 통일적 지도 밑에 모든 사업을 집행하는 것이다. 집단주의에 기초하여 공장·기업소들에 책임과 권한을 똑바로 주고 그들이 주인된 입장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의 반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신(新) 경제조치 시행에 필요한 종자돈이 없는 조건에서 시범사업으로 뜸만 들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영훈 선임연구위원은 “물적 토대가 없는 상황에서 개혁조치는 제도상의 개혁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당국이 가용자원을 대대적으로 생산요소·생산기반에 쏟아 붓지 않는 한 생산성 확대는 불가능한 상태다. 몇 군데 시범사업에서 물자공급을 보장하고 동기유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전국적 확대는 또 다른 문제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도발-협상-보상’ 이라는 과거 패턴을 믿고, 지난해 미사일 발사에 이어 2월 3차 핵실험으로 ‘통 큰 지원’을 기대했지만 우방인 중국마저 등을 돌렸다. 결국 김정은 정권이 신 경제조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시범사업을 지속하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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