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를 기점으로 대남 비난은 자제하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강도 높은 비난 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대미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란 관측이다.
다만 대미 비난 강도 수위가 높아지면서 추가적으로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무력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4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맞서 ‘핵억제력’을 과시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위협한 데 이어, 17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는 다종화된 우리 핵타격 수단의 주되는 과녁이 미국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며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였다.
국방위는 북한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이다. 최고 권력기구가 이처럼 미국에 대한 강도 높은 위협을 예고했다는 점에 추가적인 무력도발 가능성에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악(evil)이고, 사악한 곳”이라고 비판하자, 북한은 “미국이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는 한 조미(북미)사이에는 그 어떤 문제도 제대로 풀릴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의 부당한 간섭은 조국통일의 장애’라는 제목의 글을 포함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발언에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발했으며,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선 “미국이야말로 인권 유린의 왕초”이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 비난 공세를 높이는 데는 유엔 대북제재로 경제문제가 악화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북대화가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미국에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속셈이라는 것.
하지만 미국은 6자회담이나 미북대화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고 있어 북한이 원하는 대로 미북대화가 당장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 연습’이 끝나는 4월 중순까지는 북한의 대미 비난 공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데일리NK에 “미국이 북한의 비난 공세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대미 비난 공세를 높여 ‘우리도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워싱턴에 던지는 것”이라며 “남북관계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대미관계 개선에 나서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미북대화로 경제난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변화가 있지 않으면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독수리 연습’이 끝나는 4월 중순까지 북한을 무력시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4차 핵실험이나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