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신년사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내면서도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공세적인 대미 메시지를 발신했다. 지난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과 양보 없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6·12 조미 공동선언에서 천명한 대로 새 세기 요구에 맞는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며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언급해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미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지속한다면 다른 전략을 찾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데일리NK에 “대화할 의지도 있고 완전한 비핵화도 이야기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미국이 선제적으로 상응조치를 해주지 않으면 새로운 노선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발언을 했다는 점”이라며 “기존의 노선을 이어가면서 미국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해나가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평했다.
또한 이번 신년사에서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히려는 북한의 의도도 읽힌다. 핵보유국의 의무라고 할 수 있는 핵무기의 제조와 사용, 이전 금지를 언급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며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를 보다 더욱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대남분야에서도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및 장비 반입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등 다소 공세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조건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는 대북제재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우리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관계 분야에서는 교류 전면 확대나 평화지대 구축 의지가 지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긍정 메시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한미 군사훈련 중지는 비핵화와 연결된 문제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도 대북제재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인데, 북한이 이를 알면서도 제기했다는 것은 결국 우리 정부에 공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해볼 만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이번 신년사를 통해 기존의 대남·대미 노선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선에서 향후 남북·북미관계를 관리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한미동맹을 갈라놓고 대미 전략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박성 엄포를 놓는 등 궁극적으로는 대북제재 해제를 꾀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결국에는 남북관계 강화를 통해서 한국 정부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게 올해 북한의 가장 큰 목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