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南 ‘신뢰프로세스’ 탄력받자 태도 급변”

지난달 개성공단 정상화 남북 간 협의 과정에서 다소 유화적인 행보를 보였던 북한이 지난 21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 연기한 속내는 뭘까?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협의를 앞두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몽니’ ‘생떼’ 부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 협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남한에 내주고 다소 수세적인 입장이었던 만큼,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를 확보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에선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남북관계 전반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는 지엽적인 문제이고 이번 북한의 태도 급변은 남한의 대북정책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성공단과 이산가족 상봉에서의 주도권 상실은 곧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될 수 있고 이는 대남 여론전에서 불리할 뿐 아니라 남남갈등 유발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특히 원칙을 중시하는 신뢰프로세스가 남한에서 여론의 지지가 높아진다면 북한으로서도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회복된 남북관계를 다시 긴장국면으로 몰아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흔들려는 의도가 짙다는 지적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 연기한 21일 이후 사흘 연속 대남 비난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강하게 비난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노동신문은 23일 박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가는 근본요인”이라고 비난했다.


향후 정부의 대북협상 전술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몽니 부리기에 말려들지 않고 기존처럼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기 보다는 북한의 반인도적 처사에 대한 국내외적인 여론전을 펴는 한편,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에 나오라는 ‘공’을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협상 지연에 대한 불만과 그동안 남북 대화에서 끌려왔다는 판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 4월까지 군부에 의한 강경책을 고집했던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에 대한 군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북한 김정은이 최근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있고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관계가 경색되더라도 이런 강경 정책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북측에 이산상봉 재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중국에는 북한이 한반도 안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북한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국제적인 여론전을 적극 펼쳐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A 전문가


그동안 남북대화 등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고 국민들의 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자, 남북관계를 다시 경색시켜 남한의 대북정책에 타격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남북대화에서 남측이 대북협상에 매달리도록 해 대남 협상력을 제고시키려는 의도도 짙다.


특히 중국과 함께 강조하고 있는 ‘6자 회담’ 재개를 위해서 대남 협상의 문을 닫으면서 현 국면을 6자회담 쪽으로 견인하는 전술을 편 것이라고 판단된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전략에 흔들리지 말고 이산상봉에 대한 반인도적인 북한의 행태를 지적하는 압력과 대화요구를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


금강산관광 재개를 통해 달러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이산상봉도 합의했지만 상황이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자 정치공세를 편 것이라고 판단된다.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초점을 맞추고 북한 정권에 대한 실체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설명해 나가는 한편 대화에 나올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또한 북한이 RO(혁명조직)를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구축해 놨는데 이런 실체가 드러난 것에 대해 처음에는 관계없다고 했다가 최근의 상황을 지켜보곤 지원사격을 해줘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진 상황에서 남측과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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