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南 기선 제압하기 위해 김양건 안보낼 것”

우리 정부는 오는 12, 13일 열리는 ‘남북 당국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나올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9일 실무접촉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회담 대표로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에  급이 맞는 김 통전부장이 회담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남북 장관급회담’보다 격(格)이 낮아진 ‘남북 당국회담’으로 결정됐다.


그동안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남북관계를 책임지는 북한 조선노동당 통전부장이 회담에 나온 사례가 없다. 회담 대표로 통전부장보다 한 단계 낮은 ‘내각참사’를 내보낸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이번에도 통전부장이 아닌 기존의 관례에 따라 ‘내각참사’나 ‘통일전선부 부부장’ 정도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관급회담’이라고 결정됐어도 김 통전부장은 회담에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는 북측은 김 통전부장을 남측 통일부 장관과 급이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고위 탈북자는 데일리NK에 “그동안 북한은 남한과의 회담에서 한 단계 낮은 급(級)을 내보내는 게 관례였다”면서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는 책임자보다는 급이 낮은 대표를 보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북한은 우리 통일부 장관을 당 통전부장 보다 급이 한 단계 낮다고 판단하고 낮은 직급인 내각참사나 조평통 서기국장을 우리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판단한다”면서 “이 모든 것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의도로 우리를 얕잡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 선임연구관은 “아직까지 누구를 회담 일꾼으로 보낼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까지 가능성이 낮지만, 만약 김양건이 나온다면 통전부장이 아닌, 조평통 부위원장 자격으로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서 통전부장의 위상이 우리의 통일부 장관보다 더 높기 때문에 통전부 부부장(또는 제1부부장)을 우리의 장관급 인사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한의 통전부장은 장관급보다 위상이 높은 ‘부총리급’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