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中관광객 앞세워 對南압박 수위 높이나?

북한이 8일 정부 소유의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동결하고 금강산관광 사업을 새로운 사업자와 재개할 것을 일방 통보하면서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북한이 중국의 한 여행사와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해 6개월 기간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이 중국 관광객을 앞세워 대남(對南)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은 ‘천안함’이 침몰한 지 13일, 금강산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마친 지 8일만이다.


북한은 남측이 관광객 피살사건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 보장대책 등 3대 조건을 내걸며 관광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25~31일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전면 실시했다.


또 우리 측 민간사업자들에게 “4월 1일 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남한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를 동결하겠다고 위협했다. 때문에 이번 조치는 ‘특단의 조치’ 언급에 따른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난에 따른 김정일 ‘통치자금’이 절박한 현 상황이 고려된 대남압박용 조치라고 분석했다. 극심한 식량난에 화폐개혁 실패가 이어지면서 외화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으로선 ‘현금창구’인 금강산 관광재개가 절실했다는 지적이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북한이 ‘현금창구’를 복원하기 위해 올 초부터 관광재개를 남측에 요구했지만 의도대로 관광이 재개되지 않자 한층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국제적인 압박과 식량난,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김정일 정권이 느끼는 체제 위기에 대한 심리적 압박은 클 것”이라며 “특히 외화난으로 인한 통지자금 고갈도 이런 심리적 압박을 배가 시켜 결국 시급한 외화조달을 위해 이번과 같은 조치로 남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도 “현대아산이 북한에 지불해야 할 금강산 지역 사용료가 지금까지 9억여달러가 되는데, 금강산 사업이 중단으로 외화 수입이 없어지자 선택한 조치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동 연구전문위원은 “북한이 그동안 보인 태도를 보면 이번과 같은 조치는 예정돼 있었다”면서 “개성과 금강산 지역을 통한 사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대외 경제협력 사업을) 북방지역으로 돌리면서 이번과 같은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천안한 침몰사건에 따른 남한 내 대북여론 악화에 따른 북측의 선전공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천안함이 ‘외부 충격’에 따라 침몰한 것으로 거의 확실시되면서 ‘북한 연루설’이 확산됐고, 남북관계의 주도권 상실을 우려한 북한이 선(先)공세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김 교수는 “북한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서 상당히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사전 예봉을 피해가기위한 선제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을 예상하고 그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남한 여론을 바꾸려는 전형적인 북한식 ‘물타기 전략'”이라면서 “또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남남 갈등을 고조시키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 전문연구위원도 “천안함 사태와 북한의 금강산 조치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도둑이 제 발 저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서둘러 중국여행사와 사업 계약을 체결한 부분도 대남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보여주기 식’ 공세라는 분석을 강하게 뒷받침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남북간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관광사업’에 개입할 가능성이 극히 낮고, 북한 역시 중국 기업을 새로운 파트너로 세울 경우 남북관계 파탄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록 중국의 소규모 여행사를 앞세워 ‘시위’를 벌일 수는 있지만, 이는 중국 관광객들의 통상적인 ‘관광 코스’에 금강산지역을 일부 포함시키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더구나 금강산 관광에 대한 중국내 여행 수요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규모 여행사들이 북측이 원하는 ‘현금’을 충족시킬 만큼 대규모 사업능력을 갖추고 있는 지도 의문으로 제기된다.


전문가들도 법리적인 측면에서도 이중계약 문제로 인해 중국 정부가 금강산 관광 사업에 엮일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북한 역시 국책사업의 주(主) 파트너를 일방적으로 교체함으로써 지난 1월부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규모 투자유치 계획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악수’는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 전문연구위원은 “남북이 이미 계약을 해서 진행 중이던 사업이기 때문에 중국이 중간에 관광 사업 계약을 성사시켜 사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만약 북한이 중국과 계약을 하게 되면 이는 계약위반이며, 국제법적으로나 상도덕으로 봐도 문제가 있다”면서 “중국이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하고 북한과 사업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5년 현대그룹의 김윤규 부회장 인사에 반발했던 북한이 선택했던 제스츄어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이어진다. 당시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롯데그룹에 평양 및 개성관광을 타진하는 ‘양공작전’을 펼쳐, 결국 현대그룹의 사과를 얻어냈다. 잘못된 ‘학습효과’가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이 아닌지 냉정하게 평가하자는 것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