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패션모델 등장…시장서 직접 의류 착용해 판매”

진행 : 매주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선선한 바람으로 가을이 물씬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한국에서는 가을상품 광고가 벌써부터 고객소비를 자극하면서 여러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북한 시장에도 광고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설송아 기자 자리에 나와 있는데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설 기자, 일단 북한 주민들은 광고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 광고는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것이 중요한데요. 북한 주민들에게 광고는 아직 익숙한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광고라기보다는 간판이라는 말로 통하죠.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주민들은 국가공급기관인 상점, 배급소 등에서 공급 받아왔기 때문에 광고 의미를 인식할 필요조차 없었는데요. 장마당이 등장해서도 주민들은 광고 필요성을 쉽사리 느끼지 못했어요. 고객이 눈으로 상품을 확인해서 구매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장마당 상품이 급증하면서 고객을 유도해야 상품을 팔 수 있었기 때문이죠. 종이에 글을 써서 상품 앞에 놓았습니다. 같은 담배라도 ‘꺽꺽초’, ‘양강도 대초’, ‘독초’ 등이었는데요. 햇빛에 담배광고 글자색이 바라면 고객을 끌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지함(박스)을 잘라서 흰 종이를 부치고 수채화 붓으로 ‘한 모금 빨면 숨이 꺽 막힙니다!’는 문구를 빨갛고 파란 색깔로 썼는데요. 확실히 같은 담배라도 광고판이 새로울 때마다 담배는 잘 팔렸습니다.

진행 : 사람들 눈에 띠게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글씨를 써놓았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북한 당국이 직접 광고를 한 적도 있었잖아요?

기자 : 물론 북한 당국이 2000년대 휘파람자동차를 TV광고하거나 거리에 있는 대형판(스크린)에 광고해 국제사회의 시선을 끈 적도 있었습니다. 또 시원한 대동강 맥주를 광고해서 상업개방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순수한 시장 광고라기보다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에 체제선전을 짬뽕한 것이라고 보는 게 더 맞습니다. 주민들이 살아가는 장마당하고는 밀접한 관련이 없다는 거죠. 오늘 이 시간에는 장마당에서 주민들이 만든 광고형태가 어떤 것이 있고, 또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진행 : 장마당에서 광고, 어떻게 보면 치열한 생존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설 기자님이 북한에 계실 때의 상황을 예로 들어가면서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 1990년대 대량 아사 사태 이후 북한 전체 주민들이 장마당으로 나오지 않았습니까. 아수라장 같은 길목에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까맣게 몰려든 음식 매대에 갔던 기억이 나는데요. 같은 떡이라도 ‘쫄깃쫄깃한 햇쌀 떡’이라는 글자를 쓴 음식 매대에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광고 효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재미나는 것은 광고가 단지 글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젊은 여자들의 아름다움은 종이 글자보다 몇 배 효과적이었는데요. 음식 매대에서 예쁜 처녀들이나 갓 결혼한 여성들이 파는 음식은 웬일인지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중년 여성들도 화장에 신경 쓰는데요. 상품 질도 중요하지만 광고 효과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음식 매대에 여성들은 옷차림부터 세세하게 신경 썼던 걸로 기억납니다. 

진행 : 북한에서도 등장하고 있는 세차장에 젊은 체내들을 고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옷차림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렇다면 패션 상품에서도 광고를 진행하고 있나요? 

기자 :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의 패션은 그냥 단체복 중심이었거든요. 그러나 한류(韓流)가 확산되면서 옷차림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각자 취향에 맞는 패션을 선호하는 추세가 생겨났다는 점인데요. 면밀히 말하자면 한국 드라마가 패션 광고를 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류 전문업자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20대 아가씨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 본을 뜹니다. 그리고 그대로 옷을 완성해서 기성복 매대에 견본으로 보내는 것이죠.

의류 매대에서 특별히 광고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면 마네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말로 수지모델인데요. 비닐수지로 사람모양을 만들었다고 해서 수지모델로 불립니다. 여기서 수지모델은 한국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성된 제품을 갖고 있는 상인은 드물고요, 상의 부분만을 가지고 있는 도시 상인들도 얼마 안 되죠. 이런 운이 좋은 상인들은 좋은 기성복을 마네킹에 입혀 매대에 걸어놓습니다. 대번에 고객의 눈길을 끌게 되죠. 몸매가 그대로 나타나 있기 때문에 현실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 : 북한에도 한국처럼 마네킹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아까 모든 상인들이 마네킹을 갖고 있다는 건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마네킹이 없는 상인들은 어떻게 광고를 하고 있나요?

기자 : 마네킹이 없는 의류상인들의 경우가 더 흥미롭습니다. 구매자는 마음에 드는 상품을 꼼꼼히 확인한 후에도 바로 돈을 주지 않습니다. 일반 의류나 속옷은 사이즈만 맞으면 구매하지만 기성복은 비싸거든요. 판매자에게 입어보라고 하죠. 만약 판매자가 뚱뚱한 스타일이라면 옷을 입어도 예쁘지 않겠죠. 그래서 의류 매대에서 몸매가 좋은 젊은 여성을 모델로 초청하는데요. 북한판 패션모델 광고인 셈이죠.

진행 : 북한 장마당에서 펼쳐지는 패션모델, 정말 흥미로운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 그렇죠. 북한 당국에 의존하지 않고 장마당에서 광고형태와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경제효과로 인식하고 있는 주민들이 훌륭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델광고에 초청된 여성을 다시 이야기 한다면요. 기성복을 입고 구매자 앞에서 뒤로 돌기도 하고 팔을 올리기도 하면서 포즈를 취합니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요.

고객이 만족하면 흔쾌히 상품을 구매하는데요. 기성복 상품이 팔리면 판매자는 패션모델로 광고해준 여성에게 쌀 한 킬로(kg) 가격을 줍니다. 몇 분간 패션모델 광고비용이 하루 종일 두부팔면서 돈을 버는 상인과 맞먹는 건데요. 1990년대 만해도 그냥 친구관계로 해줬거든요. 지금은 부모라도 시장이윤을 정확히 나누는 것이 상도덕입니다.

진행 : 북한에는 선전 광고만 있는 줄 알았는데요. 생각보다 장마당에는 훨씬 더 많은 광고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 만큼 잠재력이 있다는 이야기겠죠? 

기자 : 그렇죠. 돈주들이 사람을 전문 고용해서 광고하는 사례도 있는데요. 주택을 냉장기(냉장고), 티비(TV) 등 상품판매점으로 이용하면서 수익을 보는 경우입니다. 이들이 사는 집은 시장에서 가까울 수도 있고 골목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광고대리인으로 한두 명 고용하는데, 고용자들은 냉장기, 티비라고 쓴 종이를 들고 하루 종일 시장입구에 서있습니다.

일종의 상품광고인데요. 그 광고를 보고 상품구매자가 다가오면 돈주가 살고 있는 집으로 안내합니다. 일단 집으로 들어오면 백화점 못지않은 중국제 상품들이 고객의 발을 잡는데요. 광고인들에게는 일당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몇 명의 고객을 데리고 왔는가에 따라 돈이 지불됩니다. 광고대리인들의 하루 시장벌이도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 : 시장 근처에 살고 있는 상인들은 일부러 광고 대리인을 고용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기자 : 그렇죠. 시장 근처에 살고 있는 돈주들은 광고인을 채용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이들은 아예 집대문이나 지붕에 상품 이름을 써서 광고로 내걸거든요. 장마당에 왔던 주민들이 그 광고를 보고 제 발로 찾아와 상품을 구매합니다. 북한이든 한국이든 광고에서 느껴지는 재치와 창의성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진행 : 개인 주택가에 상품광고를 하면 법 기관에서 통제하지 않는가요. 북한 당국이 광고를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고 치부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기자 : 당연한 문제의식인데요. 북한에서 광고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무너뜨린다는 인식이죠. 하지만 법 간부들도 집 앞에 써놓은 상품광고를 크게 문제시하지는 않는데요. 자본주의풍이라고 보기보다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순수한 관계기능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농촌지원동원 시기가 되면 종합시장은 정책적으로 막습니다. 시장에 명줄을 걸고 있는 주민들이 농촌 동원시기라고 장사를 하지 못하면 안 되거든요. 그렇다고 옛날처럼 앉아서 굶어죽을 멍청한 주민들은 없죠.

그래서 광고가 나오는 겁니다. 각자 자기 주택에서 상품을 팔고 있는데요. ‘신발’ ‘담배’ ‘쌀’ ‘공업품’ 등 대문이나 담장에 글을 씁니다. 얼핏 보면 낙서 같지만 그것을 보고 구매자들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광고 시초가 됐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법 기관에서는 농촌동원 기간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통제하지만, 집 대문에 상품광고를 써놓은 주민은 통제하지 않습니다.

한마디 더 말씀드린다면 통제상품 일수록 광고형태가 더 활기를 띤다는 것인데요. 매대에서 대놓고 팔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이 성행하는 겁니다. 배터리, 동, 파철 등 금속제품은 흔히 종이에 글자를 써서 도로, 시장에서 광고형태로 고객을 끌어당기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진행 : 북한 장마당 광고이야기 끝이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럼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