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우리의 보이스피싱(전자금융사기)과 유사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12일 알려왔다.
데일리NK 북한 평안북도 소식통이 전해준 사기 수법은 다음과 같다.
평북 신의주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초반 이 모 씨는 지난 4월 30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느닷없이 청년에게 전화한 이 남성은 본인을 ‘시 보안서(경찰서) 감찰과 지도원’이라고 소개했다.
이 지도원이라는 인물은 이 씨의 본명을 언급하면서 “당신의 어머니가 위험한 상태”이니 최대한 빨리 300만 원(약 380달러)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자기가 보낸 사람이 찾아가면 전하라고 요구했다.
‘위험한’ 상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어머니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다급히 자금을 마련하던 중 가까이 살고 있던 어머니가 무사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씨는 다행히 사기 피해는 면했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북한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 같은 사기 수법은 이처럼 한국에서 보이스피싱이 처음 등장했던 때 사용됐던 방식과 유사하다. 우리는 현재 스마트폰 등 전화기기가 발달하면서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초창기만 하더라도 주로 상대방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는 형태였다.
경찰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기 행각도 닮았다. 다만 한국에서는 공적인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이지만, 북한에서는 공권력을 악용해 공포심을 유발, 자금을 탈취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송금이 아닌 ‘직접 전달’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북한의 단면이 재차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었다. 신의주에서 개인 식당을 운영하는 한 40대 여성은 이달 초 ‘도 검찰소 검사’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도 검찰소에서 지금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가니 살아남으려면 돈 500만 원(약 630달러)을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겁이 난 이 여성은 지시대로 수중에 있던 돈과 거래하는 업자에게 빌려 돈 500만 원을 준비했고, 돈을 받으러 온 일명 ‘도 검사’가 보낸 40세 남성을 만났다.
이 남성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면서 도 검찰소 직원이라고 소개했고, 검찰소의 공인 명판이 찍힌 문서까지 보여줬다. 더는 의심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 여성은 준비한 500만 원을 건네주며 ‘잘 봐 달라’고 부탁을 했고, ‘잘 가시라’는 인사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 담당 보안원(경찰)에게 신고했지만, 돈을 다시 찾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장기간의 시장활동으로 나름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지만 ‘신종 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소식통은 “법을 무서워하는 주민들의 심리를 이용한 범죄가 점점 늘어나 꼼짝없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면서 “이 평북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도시들에서 유사한 사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