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등소평’ 안 나오면 모든게 부질없는 헛일

30년 전 중국 개혁개방의 스타트 라인은 선전 경제특구였다. 선전은 중국 개혁개방의 심장이었다. 


6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선전 경제특구 성립 30주년 경축대회’에서 “선전은 ‘천하의 으뜸(天下先)'”이라고 말했다. “선전이 지난 30년간 이룩한 개혁과 발전은 세계사에서도 기적”이라고도 했다. 후주석의 말에 힘이 실려 있다. 자신감이 넘친다. 그 너머에는 ‘중국적 세계주의’로 가려는 욕망이 어른거린다.


하지만 후진타오의 말은 사실이 그렇다. 중국으로서는 선전 30년이 ‘기적’이라 할 만하다.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은 정권을 수립하고 1911년 신해혁명 이후 40년 가까운 역사의 풍상(風霜)을 떨쳐냈다. 하지만 곧이어 마오쩌둥의 실정이 이어졌다. 인민공사, 대약진 운동의 거듭된 실패와 문화혁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마오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었다.


대약진 운동 시기에 굶어죽은 사람만 해도 3천만 명 가량이다. 당시 우한(武漢)의 어느 현(縣)은 주민 3분의 2가 몽땅 굶어죽었다고 한다. 그것도 ‘공산주의 사회가 곧 온다’는 마오의 환상을 믿으면서 속절없이 굶어죽었다.


문화혁명 시기에는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오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계급투쟁’이라는, 인간사회의 원초적 적대의식에 불을 붙였다. 그것도 사상적 어린아이들을 동원해서… . 문화혁명 10년 동안 중국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사실상 폐허가 되었다.


중국 개혁개방은 이같은 심각한 오류를 스스로 헤쳐가면서 시작했고, 그 결과 크게 성공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경제건설 방식의 오류를 스스로 발견해내고 수정했다는 점에서, 경제의 성공뿐 아니라 정치적 성공의 의미도 함께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자신 앞에 놓인 과업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성공이란 없다. 그래서 중국 개혁개방 성공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선전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롄화산(蓮花山) 공원 정상에는 덩샤오핑 동상이 있다. 덩은 1978년 이곳에 올라 개혁·개방 구상을 했다고 한다. 이어 덩은 1980년 8월 26일 선전을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덩샤오핑은 선전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100년 동안 흔들림없이 지켜야 한다”며 일관된 개혁개방을 강조했다.


최근 어느 언론은 “선전은 ‘빛의 속도’로 발전했다”고 표현했다. 30년 전과 비교할 때 선전의 인구는 460배, 선전시 전체의 GDP(국내총생산)는 4660배 늘었고 30년간 연평균 GDP 성장률은 27%라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를 ‘선전 속도(速度)’로 부른다고 한다. 그러니, 후주석이 말한 것처럼 어찌 ‘기적’이 아니겠는가?


물론 중국은 이제부터 정치 경제 사회문화 분야에서 갖가지 분열과 갈등이 본격화될 것이다. 또 꽤 오랫동안 갈등 양상과 조정 양상이  되풀이될 것이다. 하지만 그 대립과 갈등도 어디까지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 전개되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김정일 정권에 대해 ‘증오심’ 같은 것이 끓어오르는 것이다. 자기 나라 주민들도 먹여 살리지 못하는 주제에 천안함을 공격하여 꽃 같은 젊은이들을 살해하고, 또 무슨 공연관람이나 돌아다니는 꼬락서니를 보면, 같은 ‘영장류’로서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간다는 게 정말 창피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생물 유기체’를 도리어 지지하고 감싸주는 종북(從北) 쓰레기들, 더욱이 학자, 언론인의 탈을 쓴 지식인들까지 멀쩡히 있으니, 이들이 앞으로 한 30년 뒤 오늘 자신의 모습들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스스로 어떤 생각이 들까? 그때 가서 쓰레기에서 인간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할까?


지금 평양에서는 무슨 당대표자회라는 모임 때문에 부산한 모양이다. 하지만 후계자가 누가 되든, 어느 간부가 당중앙위원이 되든, 중요한 한 가지가 나오지 않으면 다 부질 없는 일이다. 그 중요한 한가지란 ‘북한판 등소평’이 등장하는 것이다. 지금 북한에 ‘등소평’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당대표자회를 백번 하든, 후계자가 백 명이 나오든 아무런 소용이 없다. 2300만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사람, 지금 북한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바로 ‘등소평’이다.      


원칙적으로 본다면 ‘북한판 등소평’을 만들어내야 할 당사자들은 북한 주민들이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는 주권이 주민들에게 없다. 김정일이 혼자 갖고 있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대북정책의 큰 노선을 ‘주민들에게 주권을 찾아주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 핵문제, 식량문제, 인권문제, 한반도평화체제 문제, 평화통일 문제, 대한민국 선진화 문제를 해결해가는 가장 핵심적인 일인 것이다.


그런 각도로 지금 평양에서 하고 있는 저 ‘쇼’를 봐야 사물과 현상을 정직하게 제대로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