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대동강 괴물’ 드디어 김정일 두들겨 잡다

다리 밑에 매달려 있던 커다란 ‘괴물’이 갑자기 강 밖으로 튀어 나와 시민들을 마구 헤친다. 시민들은 겁에 질려 달아나며 일대가 아수라장이 된다. 그러던 중 한 여학생이 괴물에 납치된다.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지금 상영되고 있는 이 영화는 원작의 배경이 됐던 한강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주변의 배경도 낯설었다.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평양의 거리와 흡사했다.

사실 이 영화는 북한판 ‘괴물’이다. 원작의 배경이 된 한강이 북한판 영화에선 ‘대동강’으로 바뀌었고, 출연 배우들도 송강호를 제외한 북한출신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남한에서 영화 ‘괴물’이 대히트를 치자, 남한내 고정 간첩들이 필름을 입수해 북한에 보냈다. 영화광으로 잘 알려진 김정일은 오래 전부터 ‘괴물’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의 팬이었던 것이다.

영화 ‘괴물’을 본 김정일이 공화국에서도 이런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4.25 예술영화촬영소’가 최고의 인민연출가(감독)를 동원해 비슷한 영화를 제작했으나 어딘가 많이 어설펐다.

이에 크게 실망한 김정일은 고민끝에 노동당 작전부에 지시를 내려 서울에 있는 봉준호 감독과 영화배우 송강호를 납치해올 것을 명령한다. 며칠 후, 작전부 소속 대남 전투원들은 즉시 반잠수정을 타고 동해상으로 침투해 봉 감독과 송씨의 납치에 성공한다.

납치된 봉 감독과 송씨는 납치 사흘째 되는 날 노동당 청사에 있는 김정일 집무실에서 뉴스에서만 봐오던 실제 김정일을 직접 만나게 된다.

초췌한 모습의 두 사람을 맞이한 김정일은 그들을 보자마자 “공화국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을 건네며 덥석 끌어안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두려움에 떨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김정일은 봉 감독을 보자마자 대뜸 “내레 ‘살인의 추억’ 때부터 봉 감독 팬이었습네다”라며 “공화국에서 봉 감독의 ‘괴물’과 똑같은 영화 한편 제작해 주시라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봉 감독은 속으로 ‘아, 생명을 헤치지는 않겠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럼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조건을 말하라고 하자 봉 감독은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영화 제작에 일체 간섭하지 말고, 모든 전권을 위임해 줄 것”과 “둘째, 영화 제작이 마무리 되는대로 남한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김정일은 “좋다”고 대답했다.

봉 감독은 김정일과의 면담이 끝나자마자 바로 영화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북한판 ‘괴물’에는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인민배우들이 모두 캐스팅 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얼마 전 북한에서 인기를 모았던 영화 ‘한 여학생의 일기’의 주인공인 박미향 양이 송강호 딸 현서 역에 캐스팅 된 것.

이렇게 두 달여의 준비작업 끝에 봉 감독은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원래 한강이 배경이었던 이 영화는 북한에서는 평양에 있는 대동강이 배경이 됐다. 영화의 도입배경인 괴물의 탄생 배경은 원작 그대로 남한 주한미군이 한강에 무단 방류한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생긴 돌연변이 생물체가 북한 지역에 위치한 한강 상류지역에서 낚시꾼에게 잡혔다가 평양에 있는 대동강에 방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봉 감독은 북한판 ‘괴물’에서 원작에 나온 괴물보다 크기와 형태를 약간씩 변화를 주었다. 특히 괴물이 나오는 부분은 최고의 특수효과팀과 컴퓨터그래픽(CG)팀에게 맞겨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김정일은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여건상 문제가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원작에 충실하게 촬영해 약 8개월에 걸쳐 영화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편집 작업까지 마무리한 후 김정일과 그의 측근들을 상대로 대동강 ‘괴물’을 상영했다.

필름이 다 돌아가고 영화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김정일은 자리에서 일어서 기립박수로 봉 감독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 자리에서 김정일은 ‘이 영화는 미제의 만행을 적절하게 그려낸 훌륭한 영화’라며 전 인민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한다.

영화 제작을 마친 봉 감독과 송씨는 이렇게 해서 납치 9개월 만에 남한으로 송환된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역사의 전환기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에서 시작된다.

바로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대동강에 나타난 괴물을 잡기 위해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과 시위대 장면이 북한 인민들을 크게 자극한 것. 80년대 남한 운동권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며 데모를 하던 장면들을 과거에 북한 매체들이 선전용으로 여러 번 방영한 적이 있어 북한 인민들에게도 낯익은 장면이었다.

전 조선인민군을 비롯해 모든 인민들이 의무적으로 감상한 이 영화의 ‘화염병 투척’ 장면은 어처구니없게도 김정일 독재체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인민들에게 반미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상영케 한 영화가 김정일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부메랑으로 변해 날아 온 것이다.

‘혁명의 수도’ 평양을 제외한 지방 외곽에서부터 반정부 세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전 지역에 광범위하게 형성된 반김정일 세력은 화염병을 몰래 제작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평양에 있는 ‘진짜 괴물’ 김정일을 두들겨 잡아야 한다며 너도나도 화염병을 만들었다.

함경북도 회령과 무산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한달 사이에 청진, 원산을 거쳐 평안남북도로 번지며 전국적인 현상으로 퍼졌다. 시위를 진압해야 할 인민보안성이나 군 조직도 영화를 관람한 이후 분열돼 통제가 힘들어졌다.

인민의 지지를 받아 탄력이 붙은 반정부 세력들은 전국적인 연계망을 형성해 마침내 평양 진입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군 주요 시설들은 화염병 세례를 받아 소실되기도 하고, 몇몇 군 지휘부는 반정부 세력에 동참해 힘을 보탰다.

이렇게 해서 김정일 정권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의해 두 달 만에 50년 넘게 유지해온 절대 권력에서 내려오게 됐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영화의 한 장면이 그 누구도 하지 못한 독재자 김정일을 끌어내렸다. 한마디로 대동강 ‘괴물’이 김정일을 삼켜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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