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老부부 있다








▲지난달 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장면. /사진=영화사 홍보 자료


지난달 말 개봉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가 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님아’는 76년간을 부부로 살아온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의 서로를 향한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전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강원도 산골에 사는 23세 떠꺼머리총각(조병만)에게 시집온 14세 소녀(강계열)는 76년이 흘러도 여전히 귀여운 꼬마 아가씨인 양, 할아버지에게는 할머니를 놀려주는 재미가 생활의 활력소다. 할아버지는 낙엽을 쓸다가 장난을 치고, 꽃을 머리에 꽂아주고는 ‘곱네요’를 연발한다.


또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어 서로의 것이 더 잘되었다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마치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는 듯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다 어느날 잠자는 할머니를 한참 바라보다 얼굴을 쓰다듬는 할아버지. 늘 알콩달콩 이쁘게 사랑하던 어느날, 기력이 쇠약해지는 할아버지를 보며 머지 않아 다가올 또다른 이별을 준비하는 할머니 모습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렇듯 ‘님아’는 세대를 초월해 공감하는 것은 노부부의 순애보와 인간이 당연히 거쳐야 하는 죽음의 순간을 담담히, 그러나 아름답게 준비하는 노부부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벽에 바깥에 있는 화장실을 갈 때도 노부부는 손을 꼭 잡고 같이 간다. 북한에서 온 기자는 북한 산골에서나 볼 수 있는 바깥 화장실에서 할머니가 “할아버지 어데 가시지 마시고요, 내가 무섭지 않게 노래도 불러주고 그래 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할아버지는 노래를 불러주며 할머니가 무섭지 않게 해준다. 노부부의 진실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노부부의 소소한 일상이면서도 아름다운 삶을 전하고 있는 ‘님아’를 보면서 생존을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북한에도 이 노부부와 같은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노부부들이 있음을 탈북기자로서 전하고 싶었다.


북한은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남아 있다. 남한처럼 부부 간, 연인 간의 애정표현은 쉽지 않다. 그래도 가정에서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는 노부부들도 적지 않다.


평안북도 출신 탈북자 오정희(40) 씨는 “아버지 어머니가 정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금술이 좋은 부부, 원앙부부’라고 불렀다”면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아버지가 어머니의 생일을 직접 챙기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건강을 챙기려 애썼다”고 소회했다.


2000년대부터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북한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들은 집안 일을 돕거나, 생일과 같은 기념일을 챙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 때면 서로에게 격려와 사랑을 표현한다고 탈북자들은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 강미연씨는 “여맹강연제강에서 ‘가정혁명화’에 대해 언급할 때 일부 ‘원앙부부’들의 가정에 대해 알아보다보면 놀랄 만큼 부부금술이 좋은 가정도 있었다”면서 “김정은 일가의 ‘선물’이나 ‘표창’에 들어있는 ‘사랑’에는 대가가 있어야 하지만 다정한 부부의 사랑에는 대가가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원수님’의 사랑이 가장 큰 사랑이라고 선전하지만, ‘님아’의 노부부처럼 진심어린 사랑을 하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북한판 ‘님아’가 있다. 다만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는 북한 매체를 통해 나갈 수 없고, 남한과 같이 미디어 문화가 발달되지 않아 확산되지 않을 뿐임을 독자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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