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이 오고 싶고 살고 싶은 한국 만들기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남한으로 오라고 권유했다.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대량탈북 사태에 대한 대비도 강조하였다. 이제 판단과 선택은 북한 주민들의 몫이다.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은 물론이고 해외에 파견 나온 수만 명의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북한을 떠나기 원했고, 그래서 떠나온 것이다. 이들을 생각해보면 많은 북한주민들이 북한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할까. 북한을 떠난다고 해서 한국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북한을 떠나는 것과 한국으로 오는 것은 별개이다.

북한 주민들이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오려면 두 가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첫째는 북한이 주민들을 떠나도록 등을 떠밀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배출요인이라고 한다. 김정은 이전 연간 입국 탈북자가 2~3천명에 달하였으나, 김정은 등장 이후 절반 수준으로 격감했다. 금년 상반기에 증가세로 반전되었으나, 반짝 반전일 가능성이 크다. 증가된 원인도 북한 내부 주민들의 탈북이 증가된 것이 아니라, 이미 해외에 나와 있던 식당 종업원, 외교관, 무역 일꾼들이 한국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정은 등장 이후 살림살이가 좋았진 것인지, 국경 감시가 더욱 강화된 것인지 그 원인은 더 살펴보아야한다. 장성택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의 총살과 숙청이 이어지면서 생명에 위협을 느낀 엘리트층과 해외 파견 노동자의 탈출은 증가되었지만 일반 주민들의 이동과 탈출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오는 데는 배출요인 만큼이나 외부의 유인 요인이 중요하다. 유인 요인은 북한주민들을 밖으로 나오도록 유인하는 외부 조건을 의미한다. 북한 주민이 조중 국경을 넘는 순간 중국이 이들을 보호하고 따뜻하게 환대한다면 탈북을 유인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들이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한국정부가 책임지고 한국행을 지원하고, 한국 도착 이후 이들이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면 대단한 유인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중국은 1990년대 대량 탈북 사태가 발생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단 한 순간도 탈북민을 보호하거나, 환대한 적이 없다. 모두 불법 체류자로 간주하여 체포하고 생명이 위협받는 것을 알면서도 강제송환하고 있다. 목숨을 건 긴 여정 끝에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들의 삶도 만족스럽거나 안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체계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이들은 차별과 편견 속에 한국의 또 다른 이방인으로 살아간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하려면, 적어도 그들에게 한국이 오고 싶은 사회이어야 한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서 한국으로 오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적어도 북한 주민들에게 떠나서 오고 싶은 사회일 것이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선진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고 싶어서 온 탈북민들이 다시 유럽과 중국으로 떠나고 있다. 심지어 재입북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을 떠나고 싶어서 떠났고, 한국으로 오고 싶어서 왔지만, 살아보니 한국이 살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북한주민들에게 한국이 오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이라고 알려지면 그들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올 것이다. 국내 탈북민 대다수는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하고 전화통화로 서로의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삶과 처지를 설명하는 내용은 대통령의 연설보다 더 힘을 갖게 된다. 대통령이 오라고 해도, 먼저 온 가족이 주저하거나, 그곳에 남는 게 낫겠다. 목숨 걸고 와봐야 사는 것은 좀 낫지만 차별과 냉대로 마음 상처는 더 크다고 말한다면 한국은 오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에서 멀어질 뿐이다.

탈북민들을 통일의 선봉대, 통일한국의 선경험자라고 이야기 한다. 통일한국 선경험자들이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통일 준비는 어느 수준일까. 이들은 불과 3만 명에 불과한 탈북민들도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는 한국사회가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들의 숫자가 너무 적어서 힘들지도 모른다. 아마 30만, 300만이 와서 국가적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월드컵과 IMF 사태처럼 전국민이 똘똘 뭉쳐서 성공적인 정착을 이루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준비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오고 싶고, 살고 싶은 사회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도록 권유하고, 이곳에 머물러 살도록 설득할 수 있지만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하고,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선택권은 북한 주민에게 있다. 이웃으로 살고 있고, 직장과 학교의 동료로 함께 생활하는 탈북민들이 이방인으로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사회적 배제와 분리가 아닌 사회통합을 정책 기조로 설정하고 정부와 민간, 그리고 탈북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정부의 합리적인 지원정책, 민간과 지역사회의 포용적인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지만, 탈북민 스스로의 적극적인 정착의지와 통합노력이 없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탈북자 3만 명 시대의 자화상을 새롭게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통일부에서 사회통합과 민간과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통합적 관점으로의 정책전환을 추진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오고 싶고, 살고 싶은 사회기반을 만드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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